(기고)문학진 새정치민주연합 하남지역위원장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필자처럼 유난히 더위를 타는 체질들은 긴 여름을 걱정스레 맞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이것저것 분주히 돌아가도 며칠만이라도 어디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어딜 갔다 오든 아니든 각자의 상황․여건에 따른 문제이긴 하겠으나, 특히 올 여름을 보내며 우리가 짬짬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바로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수립과 함께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어 그동안 8차례 개정을 거쳐 1988년 2월 25일 공포된, 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최고의 법률이다.

이 최고의 법률이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다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개헌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필자도 이에 동의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행 헌법이라도 그 정신에 맞게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행 헌법이 곳곳에서 누더기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나?’라고 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첫째,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헌법 무시 사태를 들여다보자. 대한민국 헌법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서 압도적 다수가 찬성,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겁박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취지를 넘어 행정부가 시행령, 시행규칙등을 만들어 전횡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온 데 대해 입법부로서 정부에 대한 정당한 견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늘상 말해온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눈 딱 감고 문질러버렸고, 새누리당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개정안 재의 표결에 아예 불참해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개정안을 쓰레기통속에 쳐박아버렸다.

이 행태는 헌법 53조가 명시하고 있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국회는 그 법률안을 본회의에 다시 상정해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둘째, 7월 16일 대법원이 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파기 환송 판결이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증거’ 운운하며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는데, 이는 이 사건을 애초 심리했던 1심 법원이 편결문을 통해 내놓은 “정치개입은 있었으나 선거개입은 아니었다”는 코미디 같은 결론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저의’를 보였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대선 부정’을 다루는 것이어서 사법부가 청와대의 심기를 살폈다는 평가가 나올 밖에 없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양심’과 ‘독립’이란 단어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이다. 생각해보라. 여러분 거의 모두의 몸의 일부가 되다시피 한 휴대폰 속으로 국가정보기관이 실시간 기어 들어와 모든 것을 (문자 메시지든 카톡이든 일정이든) 들여다본다면? 소름끼칠 일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것은 재앙이다. 그것도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이런 기구를 해외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우울하다. 올 여름 휴가지에서, 일터에서, 집에서 우리 헌법 제1조를 다시 되뇌어 보자.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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