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온 편지) 정충모 시인

임은 많은 의미를 주고 갔습니다.

임은 많은 수수께끼를 주고 갔습니다.

진정한 자극제를 주고 홀연히 갔습니다.

 

임이 가신 후에 남은 건 투명치 못한

암시만 메아리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암시들을 풀 능력이 없지요

 

임 은 향기 가득한 꽃을 주고 갔습니다.

충만이 넘친 은혜를 주고 갔습니다.

그런대 우리들에겐 꽃의 충만 못 누립니다.

 

향기 나는 꽃과 독버섯 꽃이 있는데,

저마다 자기 꽃들이 향기가 난다며,

교황님 심오한 뜻을 모르고 있습니다.

 

향기 속에 취하여 방황하는 꽃들,

달콤한 독에 취하여 유혹당한 꽃들,

모두가 악취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지요

 

참으로 걱정입니다. 왠지 아십니까?

잘나거나 못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은총을 받아먹을 줄 모르는 미개인이라서….

 

 ◆ 시인 약력 : 1943년 하남시 출생, 1993년 캐나다 이민, ‘지구문학’으로 등단,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캐나다지부 회장, 캐나다한글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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