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최무영 /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수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욕망에서 비롯되고, 최대의 화는 족함을 알지 못한데서 오며, 최대의 과오는 이익을 탐내는 것에서 온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지위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가 가진 재산을 부풀리려 노력하지 말며,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 않으면 그치는 것이 가능하여 결국은 자기를 지키게 된다.”하고 강조하고 있다. 노자의 이러한 사상은 무엇보다 본분을 지키고 자신의 마음을 비울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철학은 족함을 아는 것이며 마음을 비워 깨끗하게 하는 것에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사회인 지금, 마음을 비우고 물러남을 이야기하며 족함을 충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다고 할지 모르나, 그것이 진리이기에 다른 이설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속이 비어있는 대나무는 어떤 강풍에도 휘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다른 나무에 비해 줄기가 가늘고 키가 큰 대나무가 속이 비어있지 않다면 작은 바람에도 쉽게 꺾여버릴 것이다. 대나무가 속이 비는 이유는 줄기 벽을 이루는 바깥조직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속을 이루는 조직은 성장을 위한 세포분열이 느려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나무는 일정기간 급격히 자라는 빠른 성장을 위해, 속을 채우는 것을 포기하고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는 것이 바로 대나무가 가진 삶의 지혜이다. 대나무다움을 방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버림으로써 대나무답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움의 철학을 갖춘 대나무가 지닌 원동력이 사계절 늘 푸름을 유지하고, 꺾이지 않는 지조를 갖춘 사군자의 기품을 지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대나무에게서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희생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무조건 많이 속을 꽉꽉 채우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짓누르는 짐이 되고 만다. 대나무에게서 비움의 미학을 배워, 무엇이든 자꾸 채우려고만 들지 말고 버리고 비움으로써 강하고 내실 있는 유연함을 갖춘 늘 푸르고 청정한 대나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채우기만 하고 비울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특히 소위 사회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하는 행태에서 더욱 그것을 느끼게 한다. 그네들은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는 마치 공룡 같은 존재인가 보다. 특히 권한이 주어진 사람은 더욱 그렇다. 권한을 함부로 사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남용하게 되면, 그 날카로운 칼날은 곧 바로 자신을 향하게 된다. 반대로 권한을 나누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얻게 된다. 집안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를 처분하면 그 만큼 새로운 공간이 마련된다. 그 공간으로 새로운 물건이나 에너지와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 비움은 창조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생각이 순환될 공간이 마련되는 계기가 된다. 비움의 지혜가 바로 그것이다. 비울 때 비로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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