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이학박사- 최 무 영

 

현 정부의 사상적 아이콘은 진보(進步)이다. 말 그대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사회에서 더욱 완전한 상태를 지향해서 삶의 가치를 향상해 나가는 지속적인 전진운동이라 는 참뜻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진보의 참뜻이 권위주의적 국가에서는 자칫 법 제도의 범위를 초월해 영향력 행사를 일삼는‘권력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한다.

진보주의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공산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진보주의는 기존의 틀에 대항하며 급진적인 개혁을 통해 사회를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전통가치와 안정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진보는 특정계층이 선점한 권리를 타파하고 대중들이 고르게 나누어야 한다는 평등 논리를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특권은 결국 정치권력으로 합리화되므로 진보주의는 결국 특권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어 누리도록 하느냐에 그 참다운 가치가 있다.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주의에 반하는 유토피아 이론을 지향한다.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논리로 해석된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허구 또는 헛된 꿈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이 세상에서 행복을 영원하게 영위 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가정에서 시작한 유토피아론이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천국과 극락에 대한 막연한 믿음에 대한 의식과 같이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논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오히려 근대적인 사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시장자본주의에 의한 개인의 독점으로 생산수단을 못 갖는 대중들이 자본가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고 생산수단을 나누어 계급 간 평등을 주장하는 모든 이념을 아우른다. 그러나 주창자인 칼 마르크스도 사회주의를 매우 이상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이론적으로 불충분하고 모호하며 자의적인 이념이라고‘공산주의 론’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 이론이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잃고 사라지는 것을 한층 정교하게 수정?보완하여 발전시킨 개념이다. 사회주의와 개념이 갈리지만, 전환적이고 과도기적인 사회주의의 최종단계인 공산주의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적 체제를 무너뜨리고 반자본주의로 가는 사회주의의 최종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와 함께 반자본주의로 받아들이는데, 엄격하게 말해 반자본부의자들이 꿈꾸는 경제체제를 신봉하는 것이다. 이런 공산주의는 현실에서는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주의 중 더욱더 반자본주의적인 경제체제를 지지하는 경제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북한인데, 북한은 사상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정치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사상적으로는 개인주의를 표방하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정치적으로는 정당민주주의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국가주의를 전제로 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이고,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전제된 진보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도 온 나라를 혼동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단명한 전 법무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나는 사회주의자입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서 과연 지금까지 살펴본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앞선다. 혹시 그의 머릿속에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북한 공산주의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서두에서 강조한 권력카르텔에 갇혀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진보주의의 참뜻을 희석하고 있지나 않은지? 진보주의와 사회주의의 아이콘인‘도덕성을 근간으로 하는 평등과 나눔’을 입으로만 떠들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보수도 보수지만, 현 정권이 표방하고 있는 진보의 참뜻을 이해하고 입버릇처럼 되뇌는‘공정과 나눔’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 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과거 같은 이념을 표방하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도 보지 못했던 많은 사건이 문 정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내 편과 다른 편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고, 엄연히 도덕적인 흠결이 있음에도 제 식구는 노골적인 감싸기에 바쁘고, 그 반대편에 대한 지나친 핍박과 억지를 마다하지 않은 모습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한 교수가 현 정권에서 횡횡하는‘내로남불’의 경우를 찾다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과거의 진보정부와는 차이가 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따라서 권력을 쥔 사람들이 공산주의 사상이 베이스로 깔려 있지나 않은지, 국민들 간의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 놓고 있지 않은지, 북한과 같이 정치권력의 국유화로 국민들의 수준을 비슷하게 만들어 철권독재정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주권자인 모든 국민이 더불어 잘 사는 균형이 잡힌 사회, 이것이 진보의 참뜻이자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이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권자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진실을 말하고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진보의 참뜻을 깊이 새겨야 할 때가 왔다. 이러한 진심을 간과했을 때 이념이 정립되지 않은 앞뒤가 괴리된 나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임은 자명해진다.‘떡잎이 건강해야 풍요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진리를 늘 새겨 국민을 위하는 나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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