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 양 광 호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다는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 남는 거 없이 밑지고 판다는 상인 등 이를 ‘한국인의 3대 거짓말’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거짓말에 한 흥미가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더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공부를 전혀 안했다는 우등생, 방금 출발했다는 배달 음식점, 최고의 합격률을 보장한다는 각종 학원,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라는 아파트 분양광고 등 우리 주변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거짓말이 많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굳이 인터넷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거짓말이 있다.

승진에 욕심이 없다던 사람도 승진이 되면 좋아하고, 돈 욕심이 없다는 사람도 큰돈 생기는 일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이유가 어떻든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마음속의 품은 생각을 모두 표현하면서 살수는 없다.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만 하여야 하고 친절함을 드러내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그런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 한다.

유별난 고객의 황당하고 무리한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하며 그 정도가 심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간혹 119 소방대원이 시민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소방대원도 감정노동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신고를 받고 비좁은 통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여 현장에 도착하고 어렵사리 상황을 수습하는 모든 과정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여야 하는 고도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되도록 피하고 싶었고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재난 현장에서 보냈던 소방대원이 은퇴하면서 남기고 간 한 마디가 아직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곁에서 보기에 모든 험한 일을 즐기는 줄 알았는데 그 내면에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두려움이 있었음에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괜찮다’며 버텨왔던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로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헤아리는 그러한 마음을 모든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하남신문aass6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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