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윤리연구원장(전 국민권익위 대변인)/김 덕만

 복마전(伏魔殿).

중국 소설 수호지에 나오는 말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의미로 쓰인다.

한때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적이 있다. 80년대 산업화 및 부동산 개발시대에 서울시 공무원들의 비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복마전 사태는 소위 ‘수서비리사건’이다. 투기꾼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던 수서일대 공용지 약 12만㎡는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당시 개발이 불가능한 개발제한구역(greenbelt)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곳에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주택조합들에게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부정부패가 촉발됐다. 검찰 수사결과 서울시 국토교통부 국회 청와대 등이 얽힌 초대형 비리로, 정관계 재계 등 지도층 7명이 구속되고 이어 공무원들의 대량 징계사태를 불러왔다.

요즘 하남이 그 꼴과 비슷한 것 같다. 강동구 명일동에서 초이동에 온 지 10여 년이 된 필자는 수서비리사건을 수사했던 전직 수사관과 시민단체(NGO) 활동을 한다. 그는 “요즘 하남이 수서비리사태와 닮은 꼴이다”며 흥분했다. 부동산 개발 바람에 편승한 비리로 이oo 시장과 김oo 시장이 감옥살이를 하는가 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수사당국에 불려 다니는 지역 정치인들이 언론지상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시청에서는 그린벨트훼손 불법건축물 등을 눈감아 준 일부 공무원들의 중징계도 적지 않게 있는 모양이다. 전국 지자체 중 하남시의 청렴도 수준이 최하위 바닥권에 추락한 것도 일련의 개발비리에 영향받고 있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하남시 청렴수준(1-5등급)은 2015년에 이어 연속 하위권(4등급)이다. 학교 성적으로 매긴다면 수우미양가 중 ‘양’에 해당하는 격이다. 청렴도평가는 크게 내부 직원들에게 조사하는 ‘내부청렴도’와 시청을 출입한 민원인들에게 묻는 ‘외부청렴도’가 있는데 자신들을 평가한 내부청렴도(10점 만점 중 6.61) 순위는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 31위로 꼴찌다.

최근 아파트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입해 온 시민들은 정치지도자 등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말고도 스트레스를 받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열병합발전소 위치의 졸속 선정이다. 주택 10만호에 이르는 넓은 그린벨트를 풀면서 하필이면 하남 관문인 황산사거리에다 유해가스를 내뿜는 열병합발전소를 건립했을까? 이곳은 서울 진출입 교통요지에다 초고층 아파트와 벤처단지 등 인구 초밀집 지대로, 하루 종일 불량공기가 화재연기가 치솟듯이 청정하늘을 뒤덮는다. 도시미관상에도 혐오스럽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성분검사한 결과 유해 화학물질인 질소산화물(3.1ppm)과 톨루엔(0.021ppm)이 검출됐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한 배출허용기준 이내이긴 하지만 이 오염공기를 하남시민들이 마셔야 하니 걱정이 앞선다. 인구 밀집지역이 아닌 외딴 한강변이나 그린벨트에다 건립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함량미달의 도시계획으로 녹색평야 하남을 망가뜨린 지도자들의 역량한계에 안타까워하고 분통을 터뜨려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튀어나온 비리독버섯은 사법잣대의 살충(균)제로 깨끗이 제거하고 개발비리 온상에 기생하려는 구더기들은 더 이상 발을 못 붙이게 ‘시민의 힘(watchdog)’으로 감시해야 한다.

천혜의 검단산과 남한산성 아래 속속 들어차는 마천루 신도시와 드넓은 한강늪지대로 둘러싸인 청정자연 하남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지혜와 슬기를 모아 경기도의 중심지답게 명품도시의 메카로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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