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하남시협의회 자문위원-정 민채

  (제 3 회) 항일독립운동기지 신한촌(新韓村)

1863년 한인들이 연해주로 이주한 이래 점차 그 숫자가 늘어 1874년 블라디보스토크 시에 자연스럽게 한인촌이 형성되었는데 새 땅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개척리(開拓里)라 불렀다. 그 위치는 블라디보스토크 서남쪽 아무르만변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마을 형성초기에는 한옥식 초가집 몇 채가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시의 규모가 커지고 현대적 도시로 면모를 갖추어 가면서 거기에 따른 도시 근로자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자 이에 편승, 한인수가 증가하여 1911년 이 마을이 폐쇄될 때는 400〜500호에 달했다. 러시아 당국은 개척리를 그들의 기마 병영지로 책정하면서 한인들을 강제 철거시켰다. 러시아 당국의 명령에 따라 새로 옮겨간 곳이 블라디보스토크 시 외곽의 변두리였는데 새로운 한인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신한촌(新韓村)’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주 한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토막나무로 러시아풍의 작은집을 짓고 큰 거리와 작은 골목을 닦으면서 신한촌을 건설하였다. 또한 이곳은 한민회를 조직하여 한인사회의 자치기반을 다져나감으로서 새로운 활기를 회복하면서, 독립운동단체들이 결성되어 해외 최고의 독립운동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무렵 국내에서는 1905년 을사조약의 체결로 국운이 기울고, 1910년 국권(國權)이 일제에 침탈당하자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애국지사들이 미주, 간도, 본국 등 각처에서 연해주로 집결함으로서 신한촌의 항일 투쟁 열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신한촌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규모도 날로 확장되어 번성기에는 주민이 5,500명에 이르렀고 한민회는 블라디보스토크지역 거류(居留) 한인 1만 여명을 관장하였다.

  교육기관도 초기에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중등학교가 병설되고, 전문학교와 사범대학까지 설립하여 2세 교육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언론사도 ‘해조신문, 대동공보, 신한민보, 권업신문’ 등 여러 개가 있었고 잡지로는 ‘애국혼’이 있었다. 이 신문들은 연해주 한인에게만 배포된 것이 아니라 만주와 미국까지 보급되었다. 연해주 지역의 모든 한인사회는 사실상 신한촌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신한촌을 중심으로 항일투쟁과 관련된 큰 사건들이 하루도 영일(寧日)이 없이 많이 일어났다. 그 한 예가 1907년 안중근(1879〜1910)의사의 이등박문(伊藤博文)암살을 위한 12인 단지회(斷指會) 조직이다. 이때 열두 사람의 동지들이 모여 각각 왼쪽 손 약지(藥指)를 끊어 그 피로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 네 글자를 크게 써서 하늘과 땅에 굳센 맹세를 하였다. 안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남긴 200여점의 유묵(遺墨)에는 단지혈맹(斷指血盟)의 수인(手印)이 천추(千秋)에 전한다.  

 1910년 8월 30일 신한촌에는 ‘일본의 강압에 의하여 한일 합방이 조인되었다’는 비통한 소식이 전해졌다. 성명회(聲明會)의 합방 반대운동은 그날 밤에 청년 50여명이 결사대를 조직하여 일본인 거류지를 습격하였다. 당황한 일본 영사관에서는 러시아 군부와 경찰 당국에 보호를 요청하였다. 이튿날 한인들의 행동은 더욱 격앙되어 결사대의 수는 1천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부녀자들까지 가담하게 되었다.

  성명회는 이범윤의 제의로 ‘두만강의 결빙기를 기다려 의병을 200명 단위로 부대를 편성하여 국내 진공작전(進攻作戰)을 벌이고, 총병력이 1만 여명에 이르면  독립전쟁을 개시한다.’는 안을 의결하였다.

  이에 일본은 러시아에 성명회를 제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러시아당국은 유인석‧ 이상설을 포함한 성명회 주요인물과 13도의군(道義軍)의 간부 42명의 체포를 명하였다. 이때 이범윤‧ 김좌두‧ 이남기‧ 권유상‧ 이규풍 등 8명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로 유형 당하였다.

  이로서 성명회의 활동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지만 성명회 선언서는 한민족(韓民族)의 독립의지를 대변하는 최초의 합방 무효선언으로서 그 이후 광복 때까지 줄기차게 전개된 항일독립선언의 원류가 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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