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학진 새정치민주연합 하남지역위원장

 필자는 하남신문 9월 24일자에 ‘공여구역법 개정안의 운명은?’ 을 기고한 데 이어 10월 29일자에 ‘하남 지하철 이렇게 들어왔다’를 쓴 바 있다.

이 글들을 읽은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그랬습니까? 몰랐습니다.”

필자가 이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시민들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야 하며, 그래야 시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어느 일방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만 듣다보면 어느새 그것이 사실로 둔갑해 상황인식을 그르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현재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국정교과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것, 즉 민생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혹자는 “정부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할텐데 왜 그리 난리냐, 먹고 살기도 힘든판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그렇지가 않다.

정부(정권)가 제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한가지로 획일화해 만들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을 청맹과니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멍텅구리처럼 만들겠다는 정권의 기도에 대해 먼산 바라보듯 했다가는 정말 이 나라의 미래는 침몰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신장사거리, 시청 앞, 신장초사거리, 덕풍시장 입구 등에서 며칠 동안 한 바 있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저게 무언가’ 하는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지나쳤는데, 하교길의 중고생들은 떼로 몰려와서 “당연히 서명해야죠” 하며 서명을 하는 걸 지켜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태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역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말하는 ‘역사전쟁’은 이 나라의 역사를 그들의 ‘가족사’로 바꿔 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은 ‘친일’ 논란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고, 두 사람은 이 논란을 정부가 직접 쓰다시피하는 교과서로 잠재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 등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이 교과서는 일제 치하 35년을 ‘식민지 근대화론’의 입장에서 서술하여 일본인들이 한국에 공장, 철도,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해 주었기 때문에 한국이 근대화 될 수 있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대통령이 극찬했지만 이 교과서의 일선 학교에서의 채택률은 0%대였다.

김무성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99%가 좌파” 라면서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고 ‘전의’ 를 불태웠다.

황교안 총리 역시 뒤지지 않았다. 현행 검인정 국사 교과서들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전수’ 했다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었다.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을 개인숭배로 비판하면서 그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정권의 핵심들이 모두 나서서 헌법을 깔아뭉개려 하고 있다.

이들은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고자 끈질기게 노력중이다(건국절 제정 기도는 이명박 정부때부터 있어왔다).

우리 헌법 전문은 1919년 3·1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와 그 주변세력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의 원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임시정부와 1945년 해방까지의 항일 독립운동을 말살코자 하는 것이고, 그 기간 일제에 부역했던 자들의 반민족행위 자체를 지워버리려 하는 의도라 아니할 수 없다.

현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도 좌파들의 작품이요, 종북 헌법이라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 그리고 유신독재에 대해서 정부는 어떻게 서술하려고 할까?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그 공과를 사실 그대로 밝히면 된다. 경제 발전이 있었는가 하면 개인장기집권에 따른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유린이 있었다. 의도를 가지고 어느것을 가리려 하면 안된다.

현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 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자학사관’에 빠지면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역사가 자랑스런 부분만 있었나? 음습하고 고통스럽고 애통하고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사실에 근거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조망하는 역사 서술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사고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 ‘암살’ 이 왜 대중의 큰 갈채를 받았나? 대중은 그 시대를 ‘바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위하여’ 쓰는 역사는 ‘올바른’ 역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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