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이야기)구경서 전 강남대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검단산은 등산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도 ‘검단산’이라는 이름이 ‘하남시’ 보다도 더 많이 알려졌을 지도 모를 정도로 검단산은 등산객이 늘 북적인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이면 높이 657미터의 검단산은 등산하기에 적당해서 서울을 중심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검단산을 꼭 등산해야만 하나? 헉헉 거리며 힘들게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하는가 말이다. 그렇지 않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검단산을 즐길 수 있다. 검단산은 산책로를 걷듯 산의 진솔한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도 참 좋은 산이다. 산에 깃든 온갖 희로애락을 생각하며 걷는 맛도 묘미가 있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산이 바로 검단산이다.

 검단산은 하남의 진산(鎭山)이다. 진산은 흔히 명당이 있는 마을의 뒤에 있는 큰 산을 일컫는다. 검담산은 하남시를 크게 끌어안고 있으면서 갖가지 풍파를 막아주는 방패인 것처럼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

특출나게 빼어난 산세이거나 아름다은 미모를 가진 산은 아니지만 수려하고 고고한 풍모를 자랑한다. 그래서 땀 흘리며 올라가는 등산도 좋지만 상념에 빠져 즐기기에 더 좋은 산이다.

검단산을 걸을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특히 가스충전소 뒤로 유길준 묘로 오르는 길은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높이 자란 나무숲 사이를 걷다보면 온갖 상념이 사라지고 마음마저 고요해진다.

평평한 듯 오르막이 있어서 걷는 이에겐 심장이 살짝 울릴 정도여서 평지보다 긴장하는 맛이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진 어르신들이 이 길을 많이 찾는 이유도 걷기에 적당한 길이기 때문이다.

또 현충탑으로 오르는 길이나 그 옆에 에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오르는 길 또는 잣나무 숲이 우거진 벌농장이 있는 길은 모두 곱돌광산으로 향하는데 각각의 길은 걷는 맛이 다르다. 특히 벌농장으로 오르는 길목엔 1만평이 넘는 산자락에 잣나무 숲이 있어 삼림욕을 하기에 제격이다.

이곳에서 해먹을 치고 있노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깔판이라도 깔고 누워 하늘을 보면 잣나무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훨씬 높아 보인다.

산곡초등학교나 배알미에서 오르는 길도 좋다. 아직도 시골의 정취가 남아 있는 산곡초 근방은 이곳을 지나면 옛 고향의 심성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번잡하지도 않고 평화로운 마을의 분위기도 그렇고 60년 역사를 가진 산곡초 교정을 검단산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유년의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욕심을 부리며 657미터까지 등산해서 정상을 정복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그렇게 욕심을 부릴 일이 없다면 곱돌광산 정도까지만 느림보 산책을 해도 좋다. 그것도 욕심이라면 유길준 묘나 호국사 정도만 걸어도 마음의 평정을 가질 수 있다. 걷다가 힘들면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라. 거기에 산이 있고 세상이 보인다.

검단산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만산홍엽의 검단산으로 옷을 바꿔 입는 중이다. 이때 검단산을 정복하지 말고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보자. 세상에 불만이 있거나, 삶이 부대끼거나, 마음이 불안하거나, 생각이 복잡하거나, 걱정꺼리가 태산이라면 검단산을 걸어보라. 그곳을 걸으면 집 안에서 생긴 갖가지 마음의 쓰레기들이 검단산에서 깨끗이 정화 된다.

이 가을, 굳이 정상까지 가지 말고 검단산을 천천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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