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온 편지) 정충모 시인(캐나다문인협회 회원)

붉게 물들은 임진강변 북녘 의 저쪽

눅눅히 비춰오는 어둠에 불빛들을,

올해도 바라만 보다 신기루가 되었지요.

 

모란봉 을밀대, 대동강의 부벽루를,

산보하던 심순애 와. 이수일의 순애보,

그 전설, 한참 그리워 소리죽여 울었답니다.

 

미치도록 그리울 때 찾아가던 임진강변.

청초했던 갈대 싹 퇴색 된지 반여 성상,

길 잃은 기러기 때만 남북을 기웃거리고,

대붕(大鵬)의 비상(飛上)도 날개가 꺾였는가?

폭포수처럼 밀려오는 통일의 염원을(念願)을

올해도 그림만 그리다 망부석이 되겠지요.

 서부전선에 자리 잡고 있는 탄현면 금산리는 김포 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쾌정한 날은 개성 송악산이 희미하게 보일정도로 북과 대치하고 있다.

 32사단 98연대는 간첩이 나타나거나, 국가의 비상시에는 지체 없이 출동하는 전투 부대다. 일정한 장소가 없는 유목민 같은 ‘보해미안’(bohemian)같은 군대였다. 늘 비상 체제로 대기하고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터지면 즉시 출동을 해야 했다.

 우리 98연대는 당시 강원도 삼척 경북 울진일대에는 간첩이 출몰해 그 간첩을 잡느라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 임무를 마친 98연대는 양평에 있는 자대로 복귀하자마자 이번엔 서부전선 탄현면 간첩이 나타나 그 무리를 소탕하라는 명을 받아 여기에 임시 잡복근무를 했다.

수시로 옮겨 다니는 작전으로 인해 삼일 내도록 밭는 군장검열은 죽음의 사선이었다. 그때에 ‘군장검열에 지친 몸’ 이라고 쓴 8자의 소원수리는 군대 생활 내내 유행어가 돼 정 병장 하면 군장검열에 지친 장병으로 더 알려졌었다.

아침마다 쏟아 내는 상투적인 남~북의 비방 방송은 연일 치열했다. “미군 갓 나 새끼들은 하루속히 물러가라? 남조선인민들은 궐기하여 우리의 숙원인 통일을 이루자”고 떠들 때, 우리는 그 소리를 자장가로 들어야 했고, 짜증내기도 무디어졌다. 40년 전 군대생활 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또 한해의 최대 명절인 추석날이다. 늘 이날이 되면 이산의 아픔을 달래는 가족들이 두고 온 북녘 식구들을 그리워하며 망향가를 부른다. 그러나 거의 일세기가 다가옴에도 우리민족의 소원인 통일은 한 발짝도 진전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시조’ 한 수로 망향의 서러움을 달래본다.

◆ 시인 약력 : 1943년 하남시 출생, 1993년 캐나다 이민, ‘지구문학’으로 등단,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캐나다지부 회장, 캐나다한글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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