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학진 새정치민주연합 하남지역위원장

 

 하남 곳곳에는 ‘우리 지역 발전 가로막는 공여구역법 개정안 철회하라’ 라는 현수막이 몇 달째 걸려있다. 2007~8년의 광역 화장장 반대운동 이후 최대 규모일 것이다.

 

 시민들은 공여구역법 개정안의 내용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 그 경과와 전망을 밝히고자 한다.

 

 지난 4월 30일 국회 안전행정위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안’을 전격 가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영남, 충청권 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수도권 과밀화 억제’ 및 기존의 특별법이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것이었다.

 

수십년 동안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었고 그 주변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으로 이중·삼중의 규제를 당해왔기 때문에 미군기지의 이전으로 공터가 된 곳에 ‘전국 모든 대학’의 이전과 증설을 허용키로 했던 특별법을 ‘수도권’에 있는 대학만 이전할 수 있도록 수정한 것이다.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를 하남 산곡 미군기지 터로 유치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MOU 체결까지 하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던 하남시로서는 날벼락이었다.

 

5월 7일 하남시 대학유치위원회(공동위원장 조성윤 전 경기도교육감, 백남홍 하광상공회의소 회장)긴급회의가 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회의장은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필자는 이현재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4월 30일 개정안 통과를 몰랐습니까?” 이 의원은 “몰랐습니다. 시와 유치위가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습니다.”라고 답했다.

 

필자는 “법안을 국회에서 다루는 것은 국회의원이지 시나 유치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의 관심사인 법안 통과 자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하고 “상임위를 옮겨서라도 개정안 처리를 막을 용의는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확답을 피했고, 상임위 이동을 하지 않았다.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인 이 의원이 현재 속해있는 산업통상자원위에서 법사위로 옮겨 개정안을 막아내라는 주문이었다.

 

법사위 소속의 다른 의원들에게 부탁해봐야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않을 것이므로 직접 나서라는 거였다.

 

필자는 2010년 2월 18대 국회때의 일을 거론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그해 6월의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국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나섰다. 행정 낭비가 심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60~70개로 묶겠다는 거였다.

 

하남시도 대상에 들어갔다. 성남시·광주시와 통합하겠다는 거였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주민 공청회 한번 제대로 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기세였다.

 

필자는 그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이었다. 성남시의 국회의원 4명이 모두 여당 (당시 한나라당, 지금 새누리당)이었고 광주시 국회의원 1명 역시 여당이었다. 이 지역에서 야당 소속은 필자 한명 뿐이었다.

 

3개시의 시의회 역시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성남, 하남, 광주 통합안이 진통 끝에 모두 가결 처리됐다. 이제 국회에서 통과되면 상황은 끝이었다.

 

필자는 그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인 행정안전위로 옮겼다. 상임위 이동은 국회의원끼리 합의를 보고, 원내대표에게 통고만 하면 가능하다. 즉 행안위 의원과 맞바꾼 것이다.

 

필자는 행안위에 가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의 정략적 행정구역 통합의 문제점 △지방자치가 발달된 선진국일수록 기초자치단체를 잘게 쪼갠다는 것 등을 주장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던 행정구역 개편은 다른 지역들은 모두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물거품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상임위에 올라갔던 성남·하남·광주와 마산·창원·진해 통합안 중 마·창·진만 성사가 되고 성·하·광은 저지됐다. 창원시로 통합된 이후 그 지역의 후유증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지금 법사위에 계류중인 공여구역법 개정안이 만약 법사위에서 가결 처리되면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 본회의에서는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이 무더기로 처리되기 때문에 커다란 정치적, 사회적 쟁점이 있지 않는 한 대부분 가결 처리 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법사위에서 저지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경우는 법사위에서 찬·반이 엇갈려 그냥 보류상태로 놓아둘 경우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이면 개정안 자체가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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