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경정장에 선선한 미술 정취

 홍익미대(8.28~10.14) 이어 서울시립미대(10.15~11.30) 전시


 미사리의 낭만은 가을이 제격이다. 조정호 수면을 달구던 한여름의 열기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길가의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든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다. 특히 올 가을엔 이곳을 찾을 연인 커플이나 산책객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마련되었다.



 88서울올림픽을 함께 펼친 장소이면서도 세계적 거장들의 조각 작품들이 즐비한 올림픽공원과 달리 국내작가의 작품 한점 없었던 미사리 호반에 패기만만한 젊은 미술학도들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홍익대 전시에 이어 10월 15일부터 11월 말까지 서울시립 미대 환경조각과 4학년생들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작업 현장은 전시 주제인 ‘즐거운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자르고, 두드리고, 부수고, 용접하는 일들이 한마디로 노가다다. “1주일에 너댓 번은 밤을 새웁니다. 그냥 작업장에서 옷 입은 채로 누워 두세 시간 눈 붙이지요.” 전시회 준비에 바쁜 과대표 김태중의 작품 ‘Untitled'은 그의 말대로 녹초가 된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노성운의 'mini foamy'는 커다란 스티로폼을 통째로 깎아 만든 승용차다. 이를 보노라면 물질의 원초적 존재, 또는 현대적 소비의 허망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한때 작가만 의미를 알 듯한 추상조각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전시작들이 그리 난해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올해 학교 Renovation 차원에서 “좀더 쉽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게 만들자.”는 학생 작가들의 제작 방향이다. 그런 뜻에서 작가의 설명문도 간단히 붙였다.  

     

 작품 중 비디오나 전기동력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그 예로 이민혜의 ‘cycle’은 나뭇가지에 달린 자전거 바퀴가 움직이도록 되어있고, 이기수의 ‘멕시코프로세라’는 열렸다, 닫혔다 하는 투명 플라스틱의 꽃잎 사이로 빛이 나오는 형태다. 차정욱의 ‘DSCN9729’는 언뜻 보면 과거 조각과 별 차이 없으나 디지털 3D, CAD로 스캐치하고 레이저 커팅하는 첨단 기법으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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