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온 편지) 정충모 시인

겨울답지 않게 칙칙한 날씨에 진눈깨비까지 내렸다. 토론토 ‘캡슐뷰’ 양로원 어버이들의 설날 잔치 날인데 날씨까지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매해 설날과 추석명절 캡슐뷰 양로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해서 음식을 마련해드리고 다양한 오락 프로도 제공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윷놀이, 화요일에는 찬양 및 한식, 수요일에는 옛 추억담 나누기, 목요일에는 개인 면담, 금요일에는 수공 그리기 노래 부르기를 하는데 외로운 노일들에게는 둘도 없는 지상 낙원이다.

3층에 올라 현관문을 열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환하게 웃으며 봉사자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예전 모습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하고 움푹 페인 이마 주름에, 북어같이 깡마른 다리팔은 어느 한곳 성한대가 없다.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 하는 모습은 그 옛날 젊었을 때 고풍스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올 때마다 계시던 분이 모습을 안보일 때는 기어이 선종하셨구나! 가슴이 미어진다.

의자에 않자 고통스런 모습, 팔다리가 아프셔서 수전증처럼 몸을 떠시는 모습, 휠체어에도 당신 혼자 힘으로는 오르지도 못해 봉사자 손을 빌려야 겨우 의자에 않는 모습을 보니 마치 머지않아 나의 자화상을 보는듯했다.

‘풀로랜스 나이팅게일’이 떠오른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의 천사로 알려졌다. 영국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길을 뿌리치고 고통스런 간호사 길을 택했다.

1853년 크림 전쟁이 일어났다. 러시아가 터키를 공격하자 영국은 프랑스와 연합 하여 러시아와 싸웠다.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사상자가 많아 간호사가 필요했다.

나이팅게일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꿈꾸어 온 봉사의 길이 이것이로구나 하며 기쁜 마음으로 지원을 했다. 그녀는 최 일선에서 적군과 아군을 구별 하지 않고 오로지 생명을 위해 치료를 하여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꽃을 피었던 것이다.

캡슐뷰 양로원은 토론토 10개의 공영양로원중 하나이며 유일하게 한인 봉사회가 구성이 돼 한인 노인이 70명이나 보호를 밭고 있다. 주일마다 보호 팀이 바뀌는데 기독교에서도 나오고 불교에서도 나오고 천주교에서도 나온다.

그중 토론토 한마음 성당이 중심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캡슐뷰 양로원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역시 첫 번째 공연은 복합 문화센터 노래반이 까치까치 설날 노래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영락교회’ 성인 기타 반 트위스트 연주는 그 옛날의 추억을 여과 없이 반추 하게했다.

뒤이어 이어진 한맘성당 부채춤은 마치 천사가 구름을 타고 하강하는 것 같았고, 춤사위는 봄날 도화 꽃 떨어지는 것처럼 너울거렸다. 토론토 ‘에버그린’ 색소폰 동호회는 ‘소양강처녀’ ‘내 마음 별과 같이’를 구성지게 연주해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비비리안’ 라인 댄스에 정열적인 춤은 절도가 있었고, k팝 ‘정희정 유양일’ 등의 가요 열창은 많은 청중들로부터 아낌없는 박 수 갈채를 밭았다.

오래전에 이민 온 ‘정씨스터스’(정희정)의 성주풀이 동숙의 노래는 옛날 보다 더 완숙해진 것 같고, 아들 유양일 씨의 팝송은 ‘엘비스 프래슬리’가 놀랄 정도로 잘 불렀다. 마지막 희날레 는 봉사회 임원일동이 설날 노래를 불러 고국의 향수가 떠오른 듯 모두가 숙연 했다.

봉사 활동은 남을 위해기 앞서 나 자신을 진찰하고, 성찰하여 하느님의 은혜 안에서 위선이 안인 진정한 하느님 앞에서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낮아지게 하소서’

주님!

높이면 내 마음 파도가 치고.

낮추면 내 마음 호수가 되네.

아는 것 없고 가진 것 없어.

내 마음 에덴동산에서 뛰고.

가진 것 많고 아는 것 많은 자들

사막 폭풍 언덕 위에 서있네.

주님!

가슴속에 꼬물대는 교만의 싹을,

아버지 이름으로 잘라 주시고.

겸손의 동아줄로 이 몸 묶어 주소서.

하얀 기도로 이 몸 낮추게 하소서.

◆ 시인 약력 : 1943년 하남시 출생, 1993년 캐나다 이민, ‘지구문학’으로 등단,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캐나다지부 회장, 캐나다한글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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