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모 시인(캐나다문인협회 회원)

임이 떠나던 날 삼라만상이 서러웠죠

대지를 산야도 운무 속에 묻혀 울고

허 허 한 바람마저도, 하늘을 원망했죠.

 

영면하신 임이야 편안하다 하겠지만

임 잃은 동포들은 어찌하면 좋으리까

할 일은 아직 남았는데 무엇이 급했나요.

사악한 천둥소리에도 바위 같던 임이

세월에 장사 없다, 갑작스런 서거에

못 다한 통일 노래가 땅을 치고 웁니다.

 

한 하늘에 같이 못한 골육지친 원한을

이산의 아픔을 숙명처럼 지킨 절개가

그 몹쓸 덧이였음을 가신 후 깨달았습니다.

기약 없는 통일 꿈 이룰 날을 염원하다

그 영화(榮華)끝자락에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의 높으신 얼을 여명으로 따르겠습니다.

 

<안병원 선생 영전에 드리는 글>

동요 ‘우리의 소원’의 작곡자 안병원 선생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치료를 받아 왔다.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봉선화 동요 회를 창설해 회장을 맡는 등 동요 창작 보급에 힘썼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로 시작하는 동요 ‘구슬비’ 등 300여 곡의 동요를 작곡했다. 경기여중고·경복중고·용산중고 음악교사를 지냈고 54년 어린이음악사절단을 이끌고 3개월간 미국 48개주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74년 캐나다로 이주해 토론토 YMCA 합창단 등에서 합창을 지도했다. 음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장례미사는 9일 오전 토론토의 성 김대건 한맘성당에서 치렀습니다.  

 ◆ 시인 약력 : 1943년 하남시 출생, 1993년 캐나다 이민, ‘지구문학’으로 등단,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캐나다지부 회장, 캐나다한글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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