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차산 푸른교육공동체 운영위원

 

하남시의회 임시회 개최
하남시의회 임시회 개최

나그네!

한 때는 시에서, 노래에서 자주 사용되던 낱말이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모를 사람들이 없을 테고, 가수 최희준의 ‘하숙생’에 나오는 ‘인생은 나그네 길’ 이라는 노랫말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다정하고 다감하게 사용되던 ‘나그네’ 라는 낱말이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왜일까? 나그네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이다. 요즘도 집 떠나 여행 중인 사람이 있고, 다른 지역에 임시로 머무는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하는 데도 말이다.

나그네라는 낱말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쓰이지 않으나, 이 낱말의 명맥을 이어주는 존재들이 있다. 요즘 풍산지구(나룰 도서관과 88도로 사이 구간)는 두 종류의 나그네들로 붐빈다.

하나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종일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주변을 배회하는 나그네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여기 저기 날아다니는 새 무리다. 3월 초순부터 그 곳엔 홍여새라는 이름의 나그네새가 모습을 보여 대포족 나그네들을 끌어들였다.

새는 크게 텃새와 철새로 나누는데, 철새는 사람들 주변에 늘 있으니 언제든 볼 수 있고, 철새들은 한·두 계절 동안 머무니 원하는 때는 언제든지 찾아가서 볼 수 있다.

나그네새란 철새가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머물 때 이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홍여새는 참새목 여새과의 새로 눈 주위가 검어 배트맨의 눈을 연상시키며 꼬리가 빨갛다. 꼬리가 노란 빛인 것도 있는데, 이들은 황여새다. 이들은 소나무나 향나무에 모여 지내며 주변의 전기 줄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겨울철새인 홍여새는 일본과 우리나라 남쪽지방 등에서 머물다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풍산지구에 잠시 머물고 있는 중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들 ‘나그네’를 특별하게 대접하는 전통이 있었다. 호머의 ‘오딧세이’ 1권에, 자기 집 문간에 서있는 나그네를 보고 오딧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커스는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나그네여.여기 내 집에서 그대는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이오.우선 저녁을 드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시오.’

당시 사회에서 나그네는 어디서든 좋은 대접을 받았고, 머물던 집에서 떠날 때는 한 아름 선물도 받아갔다. 주인이 선물을 주지 않으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도 있었다. 요즘은 어떤가?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한 덕목이 되어, 초대받지 않고서는 남의 집엘 갈 수도 없고, 떠날 때 뭘 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린 지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이들 마지막 나그네들을 잘 대접하고 있나? 새들이 잠시 편안히 머물다 떠날 장소인 커다란 나무가 넉넉히 있나? 길을 만든다고,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없이 나무를 베어버리면 홍여새처럼 귀한 나그네들을 만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만일 3월 초봄에 당신이 향나무 주위를 지나고 있다면,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나무를 올려다보라.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예쁜 새를 만날지도 모르니. 그때 말 걸어 보라, ‘안녕하세여, 나그네여.’ (사진:이진백)

하남신문 news@ehanam.net

 

저작권자 © 하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