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모 시인(캐나다문인협회 회원)

황혼열차

터 엉 빈 5호선 길동 역 1번 창구 앞

늙은 노부부가 가파른 철 계단을 오른다.

꺼질듯 허우적대며 난간을 의지 한 채.

 

한 계단 두 계단을 오를 때마다

이마에 하얀 서리가 일어도,

벌겋게 상기된 영감 소리만 질러댄다.

 

뭘 하고 있는 겨, 빨리 오지 않고,

수북이 입술모아 불 먹은 소리에

할머니 서두르지만 숨만 몰아쉬고.

 

침묵을 숙명으로 결박당한 나날들

탓할 일 없다고 그러려니 하면서

한번쯤 푸념하려다 한숨만 뿜어내고.

 

그런들 어떻겠소. 못나도 내 영감

잘났어도 내 영감 미워도 내 영감님,

내세(來世)서 다시 태어나도 당신밖에 없소이다.

 ◆ 시인 약력 : 1943년 하남시 출생, 1993년 캐나다 이민, ‘지구문학’으로 등단,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캐나다지부 회장, 캐나다한글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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