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승 하남시치과의사회 원장

 

 압구정, 신사동, 강남역…, 아마도 많은 분들이 떠올리는 부분이 의료 광고가 아닐까싶다. 실제로 이곳 지하철역에 가보면 온갖 부착 광고에, 음성광고 등으로 도배되어 있으며, 문구도 국내 제일, 최첨단, 최고의 의료진 등 눈길을 끄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은 기억하겠지만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의료 광고란 것은 낮선 것이었고 심지어 광고를 하는 병의원들은 이상한 시선(?)을 감수해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의료 광고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먼저 짚어봐야 할 순기능은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공급자(병의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지식이 전부였고, 환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의사의 경력이나,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전혀 알 수 없는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과연 의료 광고의 역기능은 없는 것일까?

 첫째, 왜곡된 의료 지식의 전달이다. 마치 하루에 진단하고 수술하는 병원이 실력 있고, 어떤 특정 장비를 갖춰놓으면 모든 질병이나 수술이 완벽해진다는 오해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자신의 증상을 본인이 판단해 스스로 진단내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는 대당 수십억씩 하는 최첨단 로봇시술이나 특정 수술법에 대해서 광고하나 이에 대한 의학적 증거는 없거나 미미한 경우가 많고, 모든 개인 치과에서 구비할 필요가 없는 3차원 영상장비 등이 해당 치과의 경쟁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굳이 치료나 수술을 요하지 않는다고 설명을 드려도 불신하며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는 환자를 볼 수 있다.

둘째, 의료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측면이다. 해당 광고를 보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고민하고 실제로 행하게 된다. 마치 대형마트에 방문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장바구니에 담는 이치와 같다고 하겠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성형공화국이니, 세계에서도 유래 없이 높은 척추수술 빈도의 오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 필연적으로 의료비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광고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감기와 같은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내용은 없고 대부분 비급여 진료, 예를 들면 성형수술, 피부관리, 임플란트나 치아교정과 같은 보험이 안 되는 진료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광고를 많이 하는 병의원의 경우 수익을 위해 이러한 진료를 권할 수밖에 없고 환자 입장에서는 설혹 자신은 싸게 진료 받았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국가 의료비의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남시에도 물수건이나 휴지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며 호객행위 하는 치과가 있으며, 어느덧 이러한 풍경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시절, 과연 의료 광고가 국민들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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