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용구 산업안전공단 경기동부지사 부장

지난 6월말 오후 2시경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한 건설현장에서 가설창고(컨테이너)내부 청소작업에 투입된 작업반장 김모(58세)씨가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팔에 벌침을 쏘인 김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발생 2시간30분 만인 4시33분경 숨졌다. 경찰이 밝힌 김씨의 사망원인은 ‘벌침 알레르기에 의한 쇼크’였다.

벌에 쏘인 김모씨와 건설현장의 관리자들은 “말벌에 쏘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벌에 쏘였는데도 김모씨는 “에프킬라”를 찾았고, 관리자들은 벌에 쏘인 김모씨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지 못해 귀중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쇽)에 대한 자료를 통해 말벌에 쏘였을 때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을 알아본다.

천식관련 학술지에 발표한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우 교수는 “벌침 알레르기로 인한 사망률은 0.3~3% 정도로 드문 편이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전신 쇼크와 같은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벌침 알레르기에 걸리는 사람은 많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두드러기와 같은 경미한 벌독 알레르기는 농촌지역 인구의 약 5%, 전신증상을 일으키는 심한 경우는 약 0.8%로 조사됐으며, 미국에서는 한해 약 40명이 벌독 알레르기에 의해 사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말벌에 쏘이면 즉시 벌에 쏘인 부위가 불타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그 후에는 발적과 구진이 나타나며 때로는 가려움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떨어지고, 기관지 수축에 따른 호흡곤란 증세가 올 수 있으며 온몸의 혈관이 확장돼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전문의는 말하고 있다.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벌침 알레르기에 의한 쇽”과 같이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심한 알레르기를 “아나필락시스 쇽(anaphylactic shock)이라고 하며,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아나필락시스를 유발시키는 원인물질에는 땅콩, 게, 새우, 생선, 우유, 계란, 과일, 메밀, 콩, 밀, 번데기 등과 같은 식품과 벌, 개미 등의 곤충독 및 해열 진통제, 항생제, 조영제 등의 약물 등이 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 또는 특정자극에 노출된 후 즉시 또는 수 십분 내에 입속·귀속 따끔거리고, 입술·구강 부종, 가려움, 홍반, 두드러기 등이 피부에 나타나거나, 침을 삼키거나 말하기 힘들고 호흡곤란으로 쌕쌕거리고, 혈압저하, 요실금, 실신하거나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 경우 아나필릭시스를 의심하고 즉시 119에 연락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를 신속히 근육에 주사한다.

결론적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벌독에 과민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주로 생기며 일반적으로 전체의 4%만이 벌독에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벌독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하며 벌독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일 수 있으므로 말벌에 쏘였을 경우 가능한 조속히 병원으로 후송조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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