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채 본지 상임이사

 질병은 공휴일이나 명절을 피해 갈까? 그렇지 않다. 휴일이나 한밤중에 아프면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 시설이 좋은 대학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여기 서울 송파구 A병원 응급실의 한 예를 들어본다. 너무 아파 접수구에 가서 접수하기도 힘들다. 응급실은 언제나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응급실에서는 거의 레지던트들이 환자들을 돌본다. 채혈검사나 X-레이는 물론 CT나 MR을 찍게 한다. 응급실에 갔다고 금방 병상에 올라갈 수가 없다. 재수가 좋으면 금방 차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마냥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겨우 침대에 올라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폭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24시간 내내 대낮처럼 불을 켜놓는다.

침상에 올라갔다고 끝난 게 아니다. 입원을 해야 할 경우 1인실은 하룻밤 자는 방값만 약 40만원이다. 서민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2인 실은 하루에 20만원 가까이 된다. 그러니 6인이 함께 쓰는 병실을 선호할 수밖에. 여기서도 돈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낀다. 몸이 아프니 조바심이 나고 짜증이 난다. 환자나 보호자는 매시간 입원실 여부를 묻는다. 6인실을 얻으면 로또 맞았다고 좋아한다.

환자가 많을 경우 마냥 차례를 기다린다. 심지어 응급실에서 72시간이 지나면 다른 병원으로 가겠느냐고 타진한다. 환자는 이래서 ‘을’이다. 보호자는 어쩔 수 없이 대형 홀의 의자에 누워 새우잠을 청해야 한다. 지금처럼 겨울철은 보호자에게도 고통이다. 겨우 입원을 하면 그제서야 한숨 놓는다. 보호자는 환자 옆의 작은 침대에 누우면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

치료는 담당 교수가 처방을 내리고 지시한다. 환자와 교수사이의 가교역할은 레지던트 초년병이다. 환자들의 아침식사가 끝나면 담당교수는 레지던트들을 데리고 회진한다. 권위가 대단하다. 환자는 오직 병만을 낫게 해달라는 자세다. 회진시간은 대략 1분이다. 의사들은 분을 쪼개어 쓰는 것 같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교수에게 진료를 받을 경우 한두 달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외래 진료의 경우 대기실과 복도는 환자로 넘쳐난다. 이러니 기계적 진료에 진료시간이 짧은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한국 5대 병원 중 한 곳이라고 회자되는 곳의 현주소다. 우리나라는 병원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몰리는 곳은 환자로 넘쳐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병원 운영이 곤란 할 지경이다.

필자는 도시가 발전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도시의 성장 동력이요, 둘째는 의료진과 의료시설, 셋째는 교육의 질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도 이들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남은 어떤 상태일까. 여수․광양이나 천안․아산, 서산․당진, 포항․구미처럼 특수한 공단이 들어설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이곳은 수도권 상수원 지역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학병원을 하남에 유치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서울대․삼성․아산․신촌세브란스․카톨릭 성모병원 같은 유명대학 병원의 부속병원을 세우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자주 발생하는 암이나 소화기 내과․심혈관 질환 등 자주 입원해야 하거나 만성적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특화 병원 같은 것 말이다. 당연히 전국에서 오게끔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남은 교통이 편리하여 전국에서 진입하기도 쉽다. 몇 년 후면 지하철도 개통된다.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과 질병의 고통을 하루 빨리 덜어줄 수 있다. 일 년에 명문의대에서 쏟아지는 고급 두뇌들을 이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하남은 당연히 병원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승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깊이 고민해 볼 문제이다. 하남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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