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논단) 정민채 본지 상임이사

 

 우리는 스위스를 빼어난 자연환경과 영세중립국, 시계를 비롯한 정밀기계제조 기술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부유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 밖의 정치나 사회 환경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나라가 대통령 중심제인지 내각 책임제인지 조차 잘 모른다. 막연히 지상낙원으로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경쟁력 중 하나는 여타 선진국과는 다른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스위스의 복지 설계는 가난을 완화시킬 방법과 비생산적인 복지를 지양(止揚)한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복지의 제공은 필요한 사람에게 일시적으로만 제공해야한다.

 복지 혜택에만 의존하는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혜택을 받는 사람 또한 최선을 다해 다음 세대로까지 가난을 세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원칙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유럽이나 남미에서 흔히 보게 되는 ‘국가 재정 파탄사태’는 이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스위스의 거의 모든 세금은 지자체 단위로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돼 정해진다. 그러다 보니 복지수준 또한 작게는 몇 천 명에서 많게는 몇 만 명의 주민이 모여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하는 구조다. 당연히 단지 복지라는 이름으로 예산이 낭비되거나 비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한다.

주민들은 세금을 모아 복지혜택을 주는 만큼 수혜를 받는 사람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다. 본인의 재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전과는 달리 소득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서 너무 하리만큼 팍팍한 시스템이다.

한국은 대선, 총선, 기초 자치단체 선거를 치르면서 온통 과도한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해 오고 있다. 사실 ‘국민들의 가계 빚, 지방자치단체․공기업․국가의 부채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런데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을 다투어 대형토목공사를 벌이거나 감당하기 힘든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말 필요한 저소득층 30%에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민주당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는 상관없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 는 논리를 폈다. 오 시장은 “복지 예산은 훨씬 더 시급한 곳에 쓰이는 것이 좋다. 시민들로부터 혈세를 걷어 왜 모든 사람들(부자 집 자녀 포함)에게 공짜로 밥을 먹이는가.”라며 서울시 의회와 맞섰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항상 대치 상태에 있다. 거대 중국과 일본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넓히려 든다. 다가올 통일도 대비해야 한다. 믿을 것은 국방력과 경제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은 무상급식을 하지 못해 안달이다.

하남시는 중학교까지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2013년부터 고등학교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자녀들의 어머니가 싸주는 도시락은 친환경 도시락이 아니란 말인가. 하남시가 올해 별도로 책정한 고등학교 급식예산은 약 42억 5천만 원이고, 대상 학생은 5.074명이다(하남신문, 2013. 1. 25).

A고등학교는 하남에 위치해 있지만 학생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 학생들이다. 다른 2개 고등학교도 20%가량의 학생들이 외지학생들로 하남으로 통학하고 있다(하남신문, 2013. 1. 25). 이들 학생들에게도 하남시민의 세금으로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하남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고 부채가 많은 도시다. 하남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고등학교 무상급식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모두에게 공짜 밥은 식사 질이 떨어져 교육상으로도 좋지 않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스위스 시민들이 ‘하남시 고등학교 무상급식에 관한 가부 의견’을 요청 받았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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