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수봉 하남시의회의장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중앙정부 기능의 일부가 지방에 이양되면서 재정지출 증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충당할 적절한 대안이 없어 전국의 지자체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필자는 얼마 전 언론에 기고문을 쓰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올바른 지방자치가 정착되려면 중앙정부의 재정권한이 지방에 이양돼야 하며, 그것은 세금체제 개편을 통해서 이루어 져야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정부가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쥐꼬리만 한 예산을 주면서 매칭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에게 사업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0~5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비 추가부담으로 보육대란이 올 것이라는 문제였다. 가까스로 대란까지는 면했지만 이렇게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규모나 환경, 여건에 상관없이 정부에서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내려 보내는 예산편성 지침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6월19일 서울·인천·경기 시도지사가 모여 정부에서 예산편성 비율을 더 높여야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국가지원을 늘려 지방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것의 단초는 0~5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비 추가부담분의 문제였다. 이에 장기적으로 보편적 복지사업인 영유아 보육사업은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지방으로 이양된 67개 사회복지사업 중 재원부담이 큰 7개 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고 나머지 사업도 단계적으로 국가보조사업으로 전환해 지방재정 부담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의 지방이양 사무에 대한 사회복지비 지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그 재원 확보는 온전히 지방자치 단체의 몫인 것이다.

예컨대 정부정책에 의해서 10억원이 드는 복지사업을 한다면 정부에서 대략 1억원이나 1억5천만원정도 주고 광역단체에게 보낸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에게 나머지를 보태서 정책을 수행하라고 한다. 그러면 광역자치단체는 거기다가 2억원이나 2억5천만원정도 보태서 기초자치단체에게 보낸다. 자 정부에서 이만큼 왔고 우리가 이만큼 보태줬으니 너희가 나머지를 보태서 정부정책 사업이니 시행하라고 한다.

그러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사업의 60%가 넘는 예산을 투입해서 사업을 수행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지역에 맞는 사업을 할 수가 없고 예산 또한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물론 특정 사업이나 사업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고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재정이 이렇게 어렵게 된 이유를 지방정치인과 공무원의 부도덕과 무능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지방재정에는 보다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과 공무원이 있다 해도 개인이나 소수 역량만으로 지방재정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기 전에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예산의 기본적인 개념을 잠깐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예산에서 수입은 세입, 지출은 세출이라 한다. 수입계획은 세입예산이 되고, 지출계획은 세출예산이 된다. 세입예산에는 한 해 동안 어떤 수입을 얼마나 조달할 계획인지가 적혀있고, 세출예산에는 그렇게 마련하는 돈으로 한 해 동안 어떤 사업을 할지가 적혀 있다.

세입은 조세수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연도 내 행정부의 일체 수입을 총칭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출도 일체의 지출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세입, 세출과 더불어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분되고, 이런 구분이 종횡으로 연결되어 예산의 구조를 이루게 된다. 일반회계는 행정부의 기본적. 일반적 활동을 위한 예산이고, 특별회계는 특정한 목적사업을 위한 예산이다. 좁은 의미의 예산은 일반회계만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의 예산에는 특별회계까지 포함된다.

실제 행정부에서도 예산이라 할 때 대부분 특별회계를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회계란 특정한 수입이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으로 재원을 조달해 특정 사업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사이에서는 특정한 경우에만 예산이 서로 오고갈(전입·전출)수도 있다.

또한 행정부는 예산 외에 기금을 만들어 운용한다. 기금도 특별회계와 비슷하게 예산으로 부터의 출자금 및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하여 조성되고, 특정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된다. 기금이 예산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자금을 적립한다는 것이다. 예산은 수입을 회계연도 내에 전부 지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기금은 적립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특별회계나 기금을 설치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의하거나 근거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예산 과정도 대략이나마 살펴보자. 예산과정은 크게 편성, 심의, 집행, 결산의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편성과 집행은 행정부 소관이고, 심의와 결산은 의회의 권한이다. 순서대로 보면 우선 행정부가 다음 연도 예산안을 작성한다. 이때 행정부 내에서도 부서별 예산요구를 받아 예산 담당 부서가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행정부의 예산안이 확정되면 의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 예산안이 의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되면 그때 비로소 “예산안”이 아닌 “예산”이 된다. 행정부의 다음 해 재정계획이 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다음 해 회계연도 동안 집행을 한다. 예산집행은 회계연도가 끝나면 종료되고, 이듬해 세부적인 결산검사 과정을 거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지방재정의 여건상 예산안을 편성하는 집행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상 의회의 심의보다 중앙정부의 지침과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중앙정부의 예산편성 운영기준 등을 준수하게 되어있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의회는 제도적. 현실적으로 예산심의권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우선 지방의회는 법적으로 예산을 삭감할 권한만 가지고 있고, 증액하거나 편성할 권한은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제127조)은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안의 항목을 신설하거나 증액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국가의 보조금 등 재정지원에 의존해서 진행되는 사업이 많다보니 문제점이 발견된다 할지라도 예산을 삭감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국고 지원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우려가 크고 정부정책에 의한 사업을 지방의회에서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방재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과 지역에 맞는 복지사업 등 지역의 균형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안정을 도모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정책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비율을 대폭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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