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모범평생교육센터 성인문해교육, 초등학력 인정

늑깍이 학생들의 배움터

“손주와 동화책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배움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이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마냥 행복합니다.”

박순자(68·창우동)씨는 오늘도 설래는 마음을 안고 강의실 문을 열었다. 박 씨는 하남모범평생교육센터(교장 박희숙)에서 진행하는 성인문해교육(경기도 초등학력인정 지정기관)을 받고 있다. 박 씨는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제대로 배워보지도 못하고 어린시절을 보냈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에 눈물을 훔친 날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에 갔다 온 오빠가 마루에 던진 가방을 몰래 어깨에 둘러메고 동네를 뛰어다니며 학교가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해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결혼을 해 손주를 품에 안았다.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글을 배우려 하냐는 주변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못 배운 것이 한이 됐던 박씨는 성인문해교육 과정에 등록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다.

박씨와 같이 글을 배우고 영어, 수학, 컴퓨터 등 초등과정을 배우는 수강생은 80명이다. 1988년 모범야학에서 출발한 이 교육과정은 지금까지 1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저마다 가슴속에 깊이 묻어둔 사연을 갖고 오로지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늦은 나이에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어르신도 있다. 요즘에 글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는 궁금증이 생기겠지만 배움의 기회를 놓쳐 글도 못 배우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경우가 많다.

황혼기에 배우는 것이라 그저 소일거리 삼아 즐기듯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 기본적인 국어교육 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과학 등 초등과정을 배운다. 휴대폰 조작법도 배우고 있다. 부가기능을 몰라 전화를 걸고 받을 줄만 알았는데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보내는 기능을 배우면서 휴대폰이 편리한 도구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곳에서 초급과정(1·2학년) 중급과정(3·4학년) 고급과정(5·6학년)과정을 이수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는다.

박희숙 교장은 “하남지역 뿐만 아니라 광주시, 강동구 등 인근지역에서도 교육을 받기 위해 오는 어르신들이 있다. 노년에라도 배울 수 있으면 배우겠다며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yunbal2000@hanmail.net

 

 

저작권자 © 하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