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계, 예산 세워 한성백제 첫도읍지 재조명해야

 

한성백제의 첫도읍지이자 왕궁지로 주목받는 하남의 문화재들이 마구잡이로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교산동 선법사 인근, 지난 94년 발견당시 몽촌토성과 유사한 토성의 내성, 중성, 외성 중 중성의 살아있는 원형 형태, 하지만 최근 조사결과 이 곳은 훼손돼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다)

하남시 교산동은 한성백제의 왕궁지로 주목받고 있으나 여기서 발굴된 유적·유물들이 초기 백제문화재로서의 역사적 사료나 문화재로 확정되지 않아 사실상 하남이 한성백제로서의 주장에 힘을 얻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인근 송파나 강동이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을 발굴·고증하면서 이곳이 하남위례성의 무대이자 한성백제의 첫 도읍지라고 주장하고 나와 최근까지 하남시와 끊임없는 논란을 빚어 왔다.

하남은 지난 90년대 초·중반 백제문화연구회 한종섭 회장과 한국고대사연구소 오순제 박사에 의해 하남시 교산동이 백제의 왕궁지로 조사되면서 이에 합당한 사료들이 대거 발굴, 발견돼 한성백제의 중심지로 탄력을 받아왔다.

당시 발견된 문화유적들은 교산동 왕궁지 초석들과 토성으로서 그 규모와 웅대함을 추정할 수 있었다. 하남이 삼국시대의 한 주축 국가인 백제의 왕도로 손색이 없다는데 설득력을 모았다. 인근 천왕사 절터의 경우는 경주에 있는 황룡사 절터의 초석보다도 더 큰 심초석이 발견돼 사학계조차 놀라게 했다.

이 같이 중요한 사료들이 90년대 중반향토사학자들의 조사를 끝으로 하남시의 무관심 속에서 발굴과 고증, 관리에 손을 놓으며 정식 문화재로 등재되지 못하고 곳곳에 방치돼 왔다.

이 와중에 백제문화연구회 측이 최근 확인해본 결과 그나마 방치된 문화재들마저 없어졌거나 심한 훼손으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에 놓였다. 대부분 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허점으로 하남시의 관리부재와 함께 분실되거나 마구잡이로 훼손된 것이다.

훼손된 문화재들은 하나같이 한성백제의 첫도읍지이자 왕궁지로 추정되는 것들이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지난 18대 김부겸(민주당·군포) 국회의원조차 2009년 11월 국정감사를 통해 하남 교산·춘궁동 일대에 초기 백제시대의 고대 유적·유물들이 지척에 깔려있다며 하남의 문화 역사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문화재 보존실태 현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하남시 유물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산·춘궁동 일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 50만평 모두가 유물전시관이라 할 만큼 유물과 와편이 폭넓게 분포돼 있으나 방치된 상태라고 밝혔다.

방치된 대표적 유물은 보물 제332호 광주철불 좌대로 추측되는 석조물이 가정집 장독대로 천대받고 있었고, 고대건물 초석들이 가정집 마당 빨래판과 정원석으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주장, 하남의 문화재 방치에 경종을 울렸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하남시 곳곳에 흩어져 방치된 중요 사료들은 재조명은 고사하고 심하게 훼손되거나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사학계에서는 “하남시에 흩어져 있는 사료들은 한국역사의 밝혀지지 않은 백제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단초들”이라며 “지금이라도 하남시가 예산을 배정해 하남이 한성백제의 첫 도읍지이자 왕도로서의 고증에 집중 투자해 올바른 역사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필기 기자 news@ehanam.net

 

저작권자 © 하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