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복지팀 임지은 간호사

 

 일상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쉽게 잊어버리고 남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부러워하고 시기하지는 않나요?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앞서야 하고 뒤처지면 살아남지 못하는 적자생존의 세상...


 사회생활에 있어 많은 스트레스와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인해 정작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ex.건강, 가족, 친구 등)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격언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불과 5년 전 만해도 용호(가명, 51세)씨는 자기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었는지 몰랐었습니다. 항상 불만이 많았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았습니다.


 이런 용호씨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은 것은 바로 교통사고...


 임용호씨는 그때의 끔찍한 사고로 인해 하지가 마비되어 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휠체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만 여겼던 교통사로와 이어진 장애...


 사고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여겼던 용호씨에게 그나마 남아있던 가족들과의 단절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내는 20년 전 큰 아들이 5살, 작은 아들이 3살 때 가출하여 혼자서 조립식 건물자재를 생산하는 일을 하며 키워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키워냈지만 아들들은 모두 성인이 되고서는 아버지와의 연락을 끊고 지냅니다. 아마도 지난 세월 자신이 세상에 가졌던 불평, 불만을 술로 달랬고 아이들에게 잘못 풀어낸 것이 원인인 듯 합니다.


 서류상 건장한 아들이 둘이나 있기에 용호씨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도 되지 못하고 의료보호 혜택도 받지 못해 중증 장애인 혜택이나 장애수당도 받지 못합니다.


 집세와 생활비와 의료비의 부담은 고스란히 용호씨의 부담입니다.


 집은 반지하로 계단이 있어 바깥 외출은 꿈도 꿀 수 없고 집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집세 내는 게 너무 빠듯하여 지금까지 1년 정도 밀려 있습니다.


 소변을 직접 볼 수 없어 인공 도뇨를 해야 하며 변비가 심하여 3일에 한번은 변비약을 먹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위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용호씨에게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나가야 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 엉덩이와 발뒤꿈치가 눌려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욕창이 심하게 생겼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보건소 방문 간호사가 욕창을 치료해주지만 용호씨를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 없기에 마음의 상처는 낫지 않고 더 깊어져만 갑니다. 보다 못한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은 용호씨를 강동 성심 병원에 한 달 전 입원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용호씨는 병원 입원 후 욕창과 쇠약해진 몸 상태가 많이 호전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졌고 욕창이 나으면 컴퓨터도 배우고 소일거리라도 찾아보리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퇴원 후 앞으로 다시 집에서 일상생활을 홀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고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다시 집에 돌아간다면 혼자가 아닌 용호씨를 아끼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당연히 있는 거라고 감사하게 느끼지 못하는 건강, 가족, 친구...


 어떤 이들은 너무나 쉬운 일이겠지만 용호씨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입니다.


 ▶문의: 031) 790-2944~5 임병일 사회복지사 ,임지은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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