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수(이학박사)

 하남시장기 체육대회 개막식 행사가 끝난 어느 날! 차 한잔 하자는 제의에 이끌려 간 곳이 최근에 건설 된 ‘블루밍 더클래식’이라는 실버타운의 로비였다. 로비에 들어서자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고, 70세를 훌쩍 넘기신 듯 한 고운 자태의 한 분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편안한 안락의자가 놓여있고 삼삼오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어울려 마치 연주회장에 오신 듯 진지하게 감상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초대 된 우리는 새삼 숙연한 분위기에 조심조심 빈 의자를 찾아 앉았고,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박수와 함께 다른 분이 조용히 일어서시더니 하모니카 연주를 시작하였다.


그 연주 또한 수준급이라 연이어 세 곡을 들으며 속으로 새삼 감탄하고 있는데, 또 다른 분이 기타연주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은은한 향의 차와 함께 어느덧 30여분, 비로소 그분들이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며 어서 오시라고 인사를 건네신다. 그 어느 연주회장 못지않은 분위기에서 깨어 나 반갑게 인사를 드리면서 “아! 여기가 바로 새로운 개념의 실버타운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새로운 개념의 실버타운은 기존의 양로원이나 요양원의 개념에서 벗어나 단순한 주거시설이 아닌 건강한 사회교류가 가능한 복합적인 공동체로서의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즉, 각종 레저․스포츠 등 휴양시설과 노인용 병원, 노인커뮤니티센터 등 각종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사회․문화․경제적 가치기준과 가족 공동체에 대한 개념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노년생활시설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들을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전문적인 운영요원과 각종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된 노인전용 복합 시설 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실버타운이라 하면 도시와 동떨어진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선호하였다. 처음에는 나름 호응도가 높았으나 점차 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즉,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진 면에서는 각광을 받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움과, 격리되어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심지어 우울증과 같은 또 다른 병에 걸려 피폐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실버타운이라 해서 도시와 격리될 것이 아니라 도리어 도시의 편리한 다른 시설과 바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면서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시설이 아닌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노년층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시설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고급화 된 시설로 갖추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의 변화에 따라 메디컬, 운동과 건강, 웰빙식생활, 문화와 여가,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고품격 서비스를 앞세워 차원이 다른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전체적으로 노령인들만 생활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즉, 처음 몇 년간은 그런대로 편리성에 매료되어 잘 지내지만,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면 싫증이 나고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는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생각은, ‘기(氣)의 교류’이다. 즉, 노령인의 ‘氣’ 와 어린이를 비롯한 젊은 ‘氣’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실버타운을 노령인을 위한 시설을 중심으로 하되 부수적으로 유치원이나 청소년 문화시설을 함께 설치․운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氣’의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은퇴자들의 특기를 십분 살려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음악, 미술, 한문, 붓글씨 등 그동안의 경륜을 십분 활용한다면 그 시설 또한 실버타운의 필수불가결한 한 영역을 차지하는 시설로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외국의 유명 휴양지와 연계된 시설간의 교류로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실버타운이, 산과 물이 어우러지고 사통팔달의 교통을 자랑하는 우리 하남에 있다면 명품도시로서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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