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 박진경 교수/ 동서신의학병원 정신과

   우울증은 보통 슬픔, 무기력함,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연령에 따라 독특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원인과 증상만 다를 뿐 우울증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이다.


소아기~청소년기 우울증


 1970년대 말까지 소아는 인격구조가 미숙하므로 우울증이 발생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아동들이 많이 관찰되면서 1980년대부터 소아에서도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시기의 우울증은 각 발달 단계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다.


(1) 유아기 및 초기 소아기


 유아기에는 엄마와의 격리가 오래되면, 위축되고 주위에 대하여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엄마와의 재회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에는 발달이 지연되고, 감염이 되기 쉬울 수 있다. 유아기 때와는 달리 걸음마기 아동은 불만이 있을 때에는 언어 또는 행동으로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서의 우울증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동 학대가 반복되거나 만성 신체질환이 지속되는데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우울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우울증은 중요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2) 중기 또는 후기 소아기


 후기 소아기가 되면 슬픈 감정 외에도 자기질책 또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사춘기 이전의 우울증에서는 배나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과 초조감의 호소가 많고, 환청이 흔히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청소년기


 이 시기가 되면 시간 개념에 대한 인지적 발달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쁜 경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신중히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우울증은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중년기의 우울증


 여성의 경우 폐경과 함께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안면 홍조, 야간 발한 등의 갱년기 증상과 함께 우울증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식들이 떠나고 난 후 생기는 허탈감, 상실감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 상실을 경험하는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심리현상으로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오래 지속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남성의 경우 감원, 퇴직 등과 같은 사회, 경제적 지위의 변화와 관련되어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음주나 공격성으로 표출되어 나타날 수 있다.


노년기의 우울증


 이 시기의 우울증은 신체적인 호소가 더 많으며, 멜랑콜리아(Melancholia) 양상을 자주 보이고,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감퇴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멜랑콜리아는 즐거움의 상실(무쾌감증), 유쾌한 자극에 대한 반응의 소실, 새벽에 일찍 깸, 우울감이 아침에 악화됨, 현저한 식욕저하 및 체중감소 등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이 시기의 우울증은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를 흔히 동반하며 이러한 경우 마치 치매 환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들을 보일 때에는 실제로 치매인지,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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