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지구적, 실천은 지역적”

1986년 골재채취 사업으로 인해 파헤쳐진 당정섬이 불과 몇 년 만에 자연 퇴적작용으로 다시 복원되었다. 그 섬으로 새들이 날아온다. 개개비, 검은등할미새, 깝작도요새, 꼬마물떼새, 때까치, 물총새, 흰목물때새, 종다리, 백할미새, 깍도요, 검은댕기해오라기 등.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사람은 파헤쳐도 자연은 섭리대로 자연의 모습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적인 파괴 앞에서는 자연도 속수무책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미 지구의 환경은 파괴되었고 그것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조금 그 속도를 조금 늦춰보자’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 보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푸른교육공동체(대표 윤규승) 사람들이다.


10명의 운영위원들과 120여명의 회원들은 치과 원장인 윤규승 대표를 비롯하여 새 전문가, 미술가, 만화가, 수의사, 전기기사, 건축설계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러나 관심사는 한 가지다. 오로지 환경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은 매월 한차례씩 운영위원회 정기모임을 갖고, 또 매달 당정섬과 하남 주변  모니터링을 하고, 매달 포럼을 개최한다. 또 동아리 모임을 통하여 공동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규승(46세, 샘치과 원장) 대표는 “잘 살았다는 게 뭘까? 인간답게 사는 게 뭘까?”라는 물음에 “그 답은 우주의 생명이 인간과 어울려 안정되게 사는 아름다움에 있다”고 본다. “그것은 현대 문명을 후퇴시키는 것이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가 모범이 되어 보자. 비전은 이렇게 지구적이지만 그 실천은 지역적으로 소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앞으로의 세상은 환경을 위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줄이기, 효소 사용하여 물 오염을 막기 등 이렇게 작은 것을 가정에서 실천”하도록 당부한다.


천연기념물 고니는 10월에 당정섬에 날아와 이듬해 2월쯤 날아간다. 전국 최대 규모라고 추산되는 맹꽁이 서식지가 당정섬과 주변 생태공원에 있다. 환경보호종 흰목물떼새가 날아오는 곳 하남. 이렇게 어마어마한 자연의 보고인 땅 하남, 당정섬과 생태 지역의 상징성을 키워보고자 푸른교육공동체가 환경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푸른교육공동체에는 상임위원이 없다. 대신 각자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푸른교육공동체의 주된 활동은 모니터링이다. 한번은 당정섬과 주변 생태공원을, 또 한 번은 양평 주변까지 매달 2차례씩 모니터링을 한다.


또 다른 활동은 계절별 프로그램이다. 10월부터 2월까지는 천연기념물 ‘고니학교’를 열고, 4월엔 ‘꼬마물떼새 학교’를, 6~7월에는 ‘맹꽁이학교’를 연다. 일 년 열 두 달 쉴 사이가 없다. 이러한 계절별 프로그램은 하남지역 주민들에게 생태적 감성을 키우는 데에 교육 중점을 두고 시민들이 스스로 안내자가 되도록 한다. 4월에 만든 꼬마물떼새 산란장을 만들어 지켜보는 중이다.


동아리 활동으로는 매주 월요일에 모이는 ‘판소리를 사랑하는 사람’ 모임과 매주 화요일에는 당정섬과 주변의 생태적 감성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요일 스케치’ 모임이 있다. 푸른 환경을 문화와 예술에 접목시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희정 사무국장(44세, 신장동 거주)은 “계절별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역 활동가를 계속 양성할 계획”이라며 “주부가 활동가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한다.


한편 환경운동은 개발과 건설에 치중하는 정책 앞에서는 마찰이 빗게 된다. 이에 윤규승 대표는 “환경운동은 지난한 활동”이라며 “늦더라도 더디게 하자”는 생각으로 이 일에 임하고 있다.


◉…‘푸른교육공동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재미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대안학교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 의해 2002년 3월에 탄생했다. 환경과 예술, 교육을 지향하고 공동체 정신을 부여하여 ‘재미난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 꽃피는 어린이집’, ‘푸른숲 어린이집’, ‘파란하늘 어린이집’과 연대하고 있으며, 그 후속으로 대안학교인 ‘꽃피는 학교’ 운영에 참여하여 환경보호 운동을 벌여왔다.


장재옥 기자 eunice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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