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들 “땅 비우라”에 농사지을 수 없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관련, 미사지구(풍산동, 망월동, 선동, 덕풍동)내 소작농들이 수십년째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터전을 잃게 돼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소작농민들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사업 발표이후 토지보상을 고려한 지주들이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그동안 논밭을 일구며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소작농민들을 내몰며 토지회수를 하고 있다는 것.


현재 미사지구에는 농사를 짓고 있는 300여명 중 250명가량은 소작농이다. 이들은 길게는 30~40년씩 소작을 해 왔지만 절반은 우선해제지구로 지정돼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땅을 비워야 한다.


이곳에서 20여년 상추 및 채소를 재배해온 A모씨(64)는 “지난달 지주로부터 ‘8월까지 무조건 땅을 비우라’는 입장을 전달 받고 일손이 잡히질 않아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며 하소연 했다. 또 B모씨(65)의 경우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지주가 벌써부터 땅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주들이 남은 계약기간을 무시하고 소작농민들을 내모는 이유는 자신들이 8년 이상 직접 농사지은 경우는 양도세를 2억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4명의 소작농은 이미 농사를 포기했고 2~3명은 지주로부터 땅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아 대립중이라고 전했다.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는 최근 ‘인감증명’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소작농들이 주택공사 등으로부터 법으로 보장된 영농보상과 지장물 보상을 받으려면 지주의 인감증명이 필요한데 그러나 직접 경작을 인정받고 싶은 일부 지주들은 인감증명을 주길 꺼리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30~40년간 이곳에서 농사를 일구며 살아온 소작농민들이 남의 땅을 임대하면서 살아온 터전을 보금자리주택 건립으로 보상 문제에 휩싸이면서 토지 주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어 고통이 더해지고 있다.


박필기 기자 news@ehanam.net

저작권자 © 하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