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 7년차 주부로 사는…먁마르자브 짐새 씨

먁마르자브 짐새(34세∙덕풍동)씨는 2002년 몽골에서 일하던 한국 젊은이와 결혼하여 한국인으로 귀화한 몽골 여성.(몽골어로 ‘짐새’는 과일을 뜻한다). 한국 생활 7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풀어놓은 몽골 여성의 입담이 여느 한국 주부 못지않다.

하나뿐인 딸아이 교육에도 신경써야 하고, 맏며느리로 집안을 돌보아야 하고, 자아실현도 하고 싶은 한국 여성과 똑같은 심정의 결혼 7년차 주부 짐새씨.


아침이 되면 식구들 식사 준비를 하고, 딸은 유치원으로, 남편과 시동생은 직장으로, 오래 전 홀로 된 시어머니는 신장시장에서 꾸려가는 가게로, 그러고 나면 짐새씨도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고, 한국어를 배우고, 건강관리도 하러 다니느라 몹시 바쁘다. 가끔 하남경찰서 등에서 몽골어 통역을 의뢰하면 나가기도 한다.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이라면 짐새씨만한 통역가도 없다. 그런 일이라도 자주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짐새씨가 한국에 와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언어’와 ‘제사’였다.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벽 4시까지 한국어 교재와 씨름한 학구파 여성이다. 남편에게 묻기도 하고, 시누이 조카들에게 배우기도 했다. TV 드라마 ‘인간극장’을 보면서 한국어 자막을 읽고 발음을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7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말이 몽골말보다 익숙해졌다고 한다.


‘제사’는 1년에 세 차례 치르는데 시누이들은 전을 부치고, 짐새씨는 시어머니에게 배운대로 고기를 재고 나물을 무친다. “결혼해서 처음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힘이 드네요”라며 짐새씨는 혀를 쏙 빼며 웃는다.

다시 7년 전으로 시간을 돌린다면 외국인과의 결혼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한국 생활이 녹록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처음 한국인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였지만, 남편이 좋은 사람임을 설득시켜 결혼을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결혼 생활은 문화 익히기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일해서 돈도 벌고 싶은데 외국인이라서 받는 제한이 많다. 마냥 살림만 바라보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4년 동안 받은 대학교육과 몽골의 한 신문사에서 지냈던 일들도 새삼 생각나기도 한다. 앞으로 보람된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짐새씨에게 낯선 문화 가운데 하나는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다. 몽골에서는 자녀들이 차례로 출가한 뒤 마지막에 남은 막내가 부모님을 모시는데,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장남이 쭉 모시고 살다가 동생들을 결혼시키는 것이 몽골여성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또 하남시민으로 사는 것은 참 좋다”고 짐새씨는 말한다. “서울에서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가 하남시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는 사람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다”고.


간혹 몽골인들을 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쯤으로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엔 한국도 외국에서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는가, 뭐. 세상 일이 다 그렇지”라며 하남시민으로 사는 몽골 여성 짐새씨는 당당하다.


장재옥 기자 eunice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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