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양대 법대 교수/조 성 민

 소림사무술의 고수(高手)와 무술을 전혀 모르는 두부장수가 겨루게 되었다. 서로 상대방을 쳐다보다가 소림사고수가 (땅의 이치를 아느냐는 의미로) 손바닥으로 땅을 가리켰다. 이를 본 두부장수는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하였다. 두부장수는 자기의 직업이 무엇이냐는 의미로 파악했다. 그리하여 그는 (두부장수라는 의미로) 접시에 두부를 담아 나르는 모양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고수는 그 모양을 보고 땅의 이치뿐만 아니라 하늘의 이치도 안다는 것으로 파악하며, 자기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했다.


 고수는 (무술의 3가지의 도를 아느냐의 의미로) 오른 쪽 손가락 3개를 펴 보였다. 이 뜻을 알지 못하는 두부장수는 두부 한모에 30원이냐는 의미로 해석하고, (한모에 40원이라는 의미로) 오른 쪽 손가락 4개를 펴보였다. 이를 본 고수는 무술의 4가지 도(道)를 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고수는 (무술의 첫 번째 도가 무엇이냐는 의미로) 오른 쪽 검지손가락을 펴보였다. 이를 본 두부장수는 10원을 깎아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오른 주먹을 내 보였다. 그랬더니 고수는 힘이 최고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이 이야기에서 소림사의 고수는 두부장수의 권법솜씨가 형편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수는 자세를 낮추고 비록 권법을 모르는 두부장수라 할지라도 무시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결을 피했다. 두부장수는 마음속으로 그 고수를 존경하고 따랐을 것이다. 물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결코 거스르는 법이 없다. 낮으면 낮은 데로 높으면 높은 데로 흘러서 덮고 지나가버린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거스르며, 작은 허물도 덮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가? 


 어렸을 적에 노예의 신분에서 이집트의 국무총리가 된 요셉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셉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도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었다. 누구나 요셉처럼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요셉은 그를 시기한 형들에 의해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 왕의 경호대장인 보디발의 종이 되지만 상황에 순응하며 성실하게 생활한다. 보디발의 아내가 그를 유혹하여 동침하기를 원하지만, 이를 거절하자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된다. 요셉은 감옥에서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사람들을 잘 섬긴다. 그 후 이집트 왕이 꿈을 꾸자 요셉이 “온 나라에 7년 동안 풍년이 든 다음에 7년 동안 흉년이 들 것”이라고 해몽하자, 왕이 감탄하여 노예인 요셉을 이집트의 국무총리로 임명한다.


 요셉은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 물처럼 순응하며 살았다. 즉 어떤 사람이 앞을 가로 막으면 물처럼 그 자리에 섰고, 길이 열리면 물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이 오해하면 오해를 받고, 무시하면 무시당하고, 버리면 버림을 받았다. 그렇다고 하여 요셉은 환경의 노예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고, 자기의 꿈을 가슴에 품고,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자기의 길을 열심히 걸어갔다. 그가 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즈음 경제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물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흐르되 장애물이 있어도 우회할 줄도 알게 된다면 자족하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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