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로 인한 심장기능 이상 ‘항암제 심독성’, 예방적 검사만이 답

 

한번 생기면 평생 증상 나올 수도, 지속적인 심장 모니터링 필요

42세 여자 A씨는 좌측 유방암으로 항암 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항암제 투약전 심장표지자 검사 및 심장초음파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독소루비신 축적 용량 300㎎/㎡ 투약 후 심장표지자 검사 및 심장초음파를 재시행하였고 이상 소견 없어 이후 허셉틴을 5차례 투약 받았다. 6번째 허셉틴 투약 전, 심장 표지자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 없었으나 심근 기능 저하를 조기에 평가할 수 있는 스트레인(myocardial strain) 검사법에서 이전 결과보다 감소된 스트레인 수치가 확인됐다.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후 심부전 약제의 예방적 투약과 함께 항암 치료를 지속했다. 이후 심초음파에서 심근 기능이 정상으로 호전되어 무사히 항암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암은 십여 년 이상 국내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에서 40%, 여자에서 36% 수준이라 하였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질환인 셈이다. 다행히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완치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용된 항암제와 흉곽부에 조사된 방사선 치료는 암 치료 중 또는 치료 후 삶의 질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심독성이란 항암치료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말 그대로 항암제가 심장에 독으로 작용해 심장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좌심실의 수축 능력을 저하시키고 심하면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투약 용량, 이상 반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대표적 심독성 항암제로는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에 속하는 독소루비신(doxorubicin)이 있다. 독소루비신은 혈액암, 유방암, 위암, 육종 등에서 암세포 증식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데, 축적 용량이 연구에 따라 300~400㎎/㎡ 이상이면 심독성 위험성이 증가한다. 보통은 제한된 용량만 투약하지만, 경우에 따라 고용량을 사용하기도 한다. 투약 용량에 따라 심독성을 유발하는 독소루비신과는 달리, 용량과 관계없이 약제에 대한 이상 반응처럼 심독성이 유발되는 항암제도 있다. 유방암에서 사용되는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 herceptin)이 대표적인 약물로 투약 초기에도 심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심독성 외에도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등 유발

항암치료는 심독성 이외에도 다른 심장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니티닙(sunitinib), 소라페닙(sorafenib) 등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혈전증, 색전증,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골수백혈병의 치료약제인 이마티닙 (imatinib), 다사티닙 (dasatinib), 닐로티닙 (nilotinib) 은 말초혈관질환, 심근경색, 뇌경색, 고혈압,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면역관문억제제 (immune checkpoint inhibitor) 경우에도 최근 심근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확히 알고 방비하면 심장질환 발생 막을 수 있어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의 선택 폭은 매우 좁아서 잠재적 위험을 염려해 무조건 약제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 이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는 “심장질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조기 발견하여 치료함으로써 대부분 중증 심장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항암 치료 외에도 방사선 치료도 심독성 유발 가능

방사선 치료로도 심독성이 유발될 수 있다. 보통 조사 용량에 비례해서 유발되는데, 조사 부위에 석회화를 포함한 퇴행성 변화를 유도,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 협착, 각종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3D 기법을 이용하여 조사 부위에서 심장을 최대한 제외하여 조사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부족한 과거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암이 완치되었다 하더라도 심장질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에 황희정 교수는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심독성 발생은 대부분 투약 후 1년 이내에 나타나지만, 방사선 치료의 경우 치료 종료 20년 이후에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지속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심독성 방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 모니터링’

유럽 및 미국의 심장학회와 종양학회 등에서는 심독성 조기 발견을 위해 항암 치료 동안 일정 간격으로 심장표지자(cardiac biomarkers)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것을 추천하고, 검사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심장 전문의와 종양 전문의가 항암 치료 지속 여부를 논의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환자가 이미 심혈관질환 과거력을 갖고 있거나 심혈관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항암 치료 전에 심장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심독성 항암제의 사용을 무조건 피할 수는 없다. 그들의 항암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황희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2016년 심장종양학연구회가 발족되어 활발한 연구 활동 중이다. 이 연구회는 심장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 뿐만 아니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정신과 전문의들이 참여하여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외부 활동과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예상하여 미리 준비한다면 이들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남신문aass6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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