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이학박사- 최 무 영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환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써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널리 쓰인다. 어느 한쪽의 경쟁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나 질서가 존재하는 경우로 오늘의 우리 정치판이 꼭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4.15 21대 총선을 통해 정치판에 지각변화가 왔다. 여야가 뒤바뀐 입장변화는 물론, 개헌 발의도 가능한 180석 이상에 달하는 여권 국회의원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선지 요즘 편향적인 법안 폭주가 이루어지고 있고, 진영논리에 의한 무리수와 자충수도 남발하고 있다. 그동안 공수처와 수사청, 검찰청법, 부동산법 등등 수많은 법안이 뚝딱뚝딱 만들어졌다. 나아가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법을 야권의 거센 저항에도 강행처리 해서 법안 상정에서 통과까지의 법정시한을 대폭 줄임으로써, 법안 발의와 개정, 통과를 신속하게 하여 여당독주가 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요즘 국회독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과반수를 훌쩍 넘기는 65%의 여당 국회의원의 수를 배경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줄잡아 2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그 안에는‘민식이 법’등과 같은 민생법안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권력유지와 정책수호를 위한 법안이어서 야권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무력 충돌은 물론‘필리버스터’등으로 대응해 보지만, 기껏 하루 정도 지연하는 효과밖에 없어서 근본적인 법안 통과를 막기란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을 논하는 중요한 국회조직인 18개 국회 상임위원장도 여권이 독점하고 있어서 각종 법안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는 데 있다. 21대 총선 전 만하더라도 8:7:3의 비율로 상임위원장을 나누었기에 그나마 평평한 운동장에서 여야 갈등 조정역할이 가능했다. 그러나 21대에 와서는 의원 수를 내세운 힘겨루기에 야권이 밀리는 바람에 운영위원회 전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여권에서 독점하는 가파른 절벽 운동장이 만들어 졌다. 처음에는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대와 비슷하게 배분하기로 했으나, 그동안 관례적으로 야권이 맡았던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디에서 가져가느냐는 갈등을 겪으면서 유래 없이 여권이 독차지하는 낭떠러지가 돼버렸다.

사실, 우리는 21대 총선보다 1년 먼저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국회보다 더 심각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탄핵으로까지 치달은 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야당이었던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가파른 운동장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는 모든 선거에서 90%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로 국민적인 호응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도‘언론중재법 개정’을 들고 나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189석을 내세워 국회를 통과시켰다. 소위 언론의 횡포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정권에 대한 심판에 대응하기 위해 발의되었기에 야권의 대응이 거세다. 여권 일각에서도 무리함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한국법학교수회가 “법의 기본 목적에 반하는 개정”이라고 밝히면서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두고 보다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패스트트랙법을 십분 활용하여 밀어붙일 태세다.

현 실정에서는 야권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봤자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국회독재’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국회는 국민적 관심이 크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힘을 일방적으로 과시하다가는 국민적 지탄이 바로 따르게 된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겠지만, 정권 후를 위한 보험의 성격이 짙기에 밀어붙일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거센 반대와 저항이 있더라도 관철할 것이 자명하다.

진영논리에 얽매어 다수의 힘으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면, 국회독재가 이루어지고 정치 위계가 흔들리는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문제는 각 시도지방선거의 시장, 도지사, 시도의원이 국회보다 훨씬 가파른 현상을 보이는데 있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92%가 여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국회에 이어 의회독재도 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이런 기울어지지 못해 가파른 운동장이 돼버린 현재의 정세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처음에는 무심한 척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이번 서울과 부산시장의 재 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이제 겨우 1년을 지나고 있지만, 내년 3월 대선에 이어 6월의 지방선거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하남신문 aass6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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