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몰두하며 연구한 귀한 자료로 평가받아

 조선말 선각자 유길준(兪吉濬 1856~1914)선생이 1895년 출판한 <서유견문>은 총 556면의 개화서로,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과 미국에 유학한 유길준 선생이 유학 생활 중 보고 듣거나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화된 서양 각국의 사정을 소개하면서 조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서유견문>의 원문은 국한문혼용체로 쓰여 있다. 한자에 아무리 박식한 사람이라도 원문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유길준 선생은 <서유견문>에 국한문혼용체 사용이 말뜻을 쉽게 하기 위함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서유견문>은 다수의 번역 서적이 출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이 됐지만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읽기에는 번역 서적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런 점을 주목한 이한섭 교수는 <서유견문>을 연구하면서 젊은 세대가 읽기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는 번역본 출간을 염두에 뒀다가 올해 <알기 쉽게 번역한 서유견문>을 내놨다.

이한섭 교수는 “서유견문이 개화기 한중일 3국의 신문명 어휘, 신개념 어휘의 생성과 교류·전파를 연구하는 자료로서 중요성을 깨닫고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글로 번역해 출간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127년 전 유길준 선생이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서유견문>을 내놨다면 지금의 이한섭 교수는 쉬운 어휘와 쉬운 문장으로 번역해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내놨다.

특히, 서유견문 내용의 출처를 밝혀 서유견문 연구자들에게도 이 책은 귀한 연구 자료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한섭 교수가 번역한 <알기 쉽게 번역한 서유견문>은 한 권의 책으로 나왔지만 수십년간 연구한 귀한 자료가 담긴 작품으로 평가 되도 손색이 없다.

▲하남과도 인연이 깊은 유길준 선생, 보다 활발한 연구 진행돼야

이한섭 교수는 이번에 책을 출간하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바로 하남에서 유길준 교수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일어나고, 관련 사업이 추진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한섭 교수는 “유길준 선생은 하남시 명문가 기계 유씨 문중의 사람이다. 출생은 서울이지만 1866년부터 1869년까지 하남시에 거주했고, 1914년 작고한 후 선영이 있던 덕풍동에 안장됐다”며 “하남과 인연이 깊은 유길준 선생을 지역 인물로 지정해 시민들에게 생전에 행적과 업적을 알린다면 하남시를 홍보하는 효과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이 추진된다면 그동안 자신이 수십년간 연구한 유길준 선생 관련 자료와 정보를 제공할 뜻도 밝혔다.

보다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유길준 선생의 업적을 알리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 교수는 그 시작이 하남시에서 발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남신문 aass6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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