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운영위원장·이학박사-최무영

 어느 노인의 70세 생일날에 벌어진 헤프닝. 그날따라 치통이 심해서 아침 생일상도 뒤로하고 급하게 치과를 찾았다. 급한 김에 갓길에 차를 세우고 치료를 받고 부리나케 내려와 보니, 교통순경이 주차 딱지를 떼고 있었다. 놀란 노인이 경관을 붙들고 사정을 한다. “오늘이 70살 되는 생일날인데 아침부터 이빨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렸어요. 평생 법을 어긴 적이 없었는데 생일날 딱지를 떼게 생겼네요. 한 번만 봐줘요. 안 그러면 오늘 정말 재수 없는 생일날이 될 거예요” 하며 사정을 한다.

노인의 사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경관이 법과 인정 사이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 하면서 구경한다. 그러나 한 번만 봐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노인의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관은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고지서를 기록한 후 무심하게 주민등록증과 함께 건네주고 돌아선다. 둘러선 사람들이 “역시 법이야. 암! 법이 우선이지, 그래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지”하며 흩어진다.

노인도 포기하고 고지서를 받아들고 차에 타면서, “그래 법은 법이지. 그런데 젊은 사람이 냉정하기는!”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면서 벌금이 얼마인가 확인하려고 고지서를 펼치는 순간,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피어오르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고지서에는 벌금 대신“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어르신”이라고 쓰여 있었다. 노인은 멀어져가는 경관에게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경관도 조심히 가시라는 눈인사를 보내온다.

사실 경관은 노인의 하소연을 그 자리에서 들어 주고 싶었지만, 둘러선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노인과 구경꾼들 모두 만족시킬 방법을 생각해 냈다. 비록 이중적일 수도 있지만, 공개적으로는 고지서를 끊기는 하되 벌금 대신 축하 편지를 쓰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 결과 노인에게는 행복을 선사하고, 구경꾼에게는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때론 우리는 대립상태의 중간에서 양쪽을 만족시키기 힘든 진퇴양단의 갈림길에 서게 되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경관의 고지서와 같은 배려의 지혜이다. 엄한 표정으로 고지서를 발급하지만, 그 안에 벌금 대신 따뜻한 축하편지로 행복과 만족을 준 경관의 지혜야말로 바로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원칙에만 얽매이다 보면 다른 면을 소홀히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갈등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 갈등을 배려의 지혜로 당사자에게는 행복을, 국민들에게는 만족을 선사하는 사회를 만들자.

요즘과 같은 갈등이 심화 된 우리사회에서 경관과 같이 원칙을 지키되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요즘 우리 정치와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고 한다. 과거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586운동권이 당 ․ 정 ․ 청을 장악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그들만의 원칙을 내세우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태동한 이번 정부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나라를 꾸리는 원칙을 국민 앞에 선포했다. 즉, “평등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정수행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국민적인 공감과 믿음을 얻었지만, 집권 4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일말의 아쉬움이 앞서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물론 여러 변수에 따라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부족함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원칙은 지켜지지 않으면 불만으로 표출되고 그것이 쌓이면 언젠가는 국민적 공분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그동안 벌어진 굵직굵직한 참사들이 전부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일임을 명심하자.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이 무너지고 국가를 지탱하는 도덕이 사라진다. 일부가 내세우는 자기들만의 원칙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면서, 배려를 위한 지혜를 통해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 가자. 국민이 행복하고 만족하는, 나아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으자.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을 배려의 지혜로 이루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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