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이학박사- 최 무 영

 

  요즘 우리나라에는 입법 러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대 총선에서 거대 여당의 결과가 나왔을 때 은근히 걱정했지만, 이렇게까지 법안 발의가 빈번할지는 예상을 못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일반 민생법안보다 개혁을 앞세운 권력관련 법안들이 경쟁하듯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법안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와‘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어 한 발 더나가 검찰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안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사실상의 검찰해체법이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경찰이 가져간 데 이어, 그나마 남겨진 6대 범죄 수사권마저 검찰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이다. 범법과 거리가 먼 일반 국민들은 해당 되지도 않을 것이고,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법안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어찌 보면 그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그들 대부분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소 또는 고발되어 있는 등 범법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므로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사실 이에 대한 야권의 대항도 있지만 중과부족이 절실한 마당에 달리 손을 쓸 수가 없다. 다만, 앞으로 법제교육포털에서 법령체계와 입법과정을 통해 공식화되고 있는 정부입법 수립의 절차에 어긋남이 없는가를 용의주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입법은 입법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관계기관 협의, 영향 평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심의의결과 국무회의를 통한 대통령 재가 등 총 14단계를 거치면서 공식적으로 187일~304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3월에 발의해서 6월에 입법하겠다고 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입법 절차가 무시되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법안해제 러시가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법의 엄중함을 깊이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검찰 관련 입법을 검찰개혁을 내세워 졸속으로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국민적인 궁금증과 갈등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공수처법도 10여 년에 걸친 설왕설래 끝에 이번 정부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만들어졌다. 아직은 조직 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상태에서 또다시 검찰의 수사권 분리에 대한 법안이 청와대의 속도조절 주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파들이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검찰청 건물을 없애버리겠다는 과격한 주장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그만큼 검찰에 대한 앙금이 크다 하겠다.

검찰개혁의 핵심적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운영을 통한 견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권력의 약화다. 공수처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는 이미 꾸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과 다른 외국의 잣대를 들이대며 별도의 중수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 여세가 만만치 않자 그동안 표적이 되어온 검찰총장이 중수청 설치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히면서 전격적으로 사퇴를 한 마당에 더 이상의 논란은 국민적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검찰총장의 행보가 어떻든 간에 이제는 갈등을 봉합해야 할 때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수사의 독립성 보장,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다. 수사 대상이 누구든 그 내용이 달라지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즉, “없는 죄를 만들지 않고 있는 죄를 덮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이러한 검찰개혁의 본질이 정권유지를 위한 제어 도구로 전락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청와대나 여권 일각에서도 속도조절을 내세우고 있지만, 강경파들은 밀어붙일 태세다. 범법과는 거리가 먼 90% 이상의 국민을 위한다기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억지로밖에 볼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고,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라는 성현들의 말씀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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