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병덕 - 현)강릉영동대학교 부총장, 전)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 초겨울이 눈앞에 다가왔다. 오늘도 조급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다가선 정류장의 혼잡함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다. 손끝이 금세 차가워질 때 쯤 겨우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하는 길, 피곤함을 뒤로하고 스포츠 기사라도 한번 볼 참이면 콩나물시루 같이 들어찬 인파에 핸드폰을 꺼내기조차 쉽지가 않다. 도로는 또 왜 이렇게 막히는지. 아름다움에 반겨할 첫 눈이 이젠 두렵기만 하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 우리들의 일상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시민의 출근시간은 평균 90분이다. 2016년 기준 OECD국가의 평균출퇴근 시간은 28분이다. 출퇴근 시간에 우리 국민들의 불쾌지수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는 경기도 내 수 많은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 인구유입과 차량증가로 인해 기반시설·교통도로의 수용 한계점을 초과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발과 교통을 연계할 수 있는 대책, 선개발·후대책, 선개발·후교통이란 정책의 모순이 결국 곳곳에 이러한 불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남시 역시 택지개발과 미사·위례·감일 신도시 건설로 늘어난 인구와 교통량은 이미 도시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되어온 ‘선개발 후대책’ 방식의 사업추진으로 인해 결국 시민들의 불편뿐 만아니라 지자체의 행정적·재정적인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어디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남시만의 문제겠는가? 어째서 국가주도의 주요 사업들이 이와 같은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도시 택지개발의 경우 정확한 광역교통대책을 먼저 예측하고 함께 추진되어야 작금의 폐해, ‘선개발·후교통’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택지개발 및 광역교통의 완료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다보니, 결국 LH의 1기·2기 신도시 건설의 경우 ‘선개발·후교통’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해당지역 지자체와 시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국회는 그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도시개발’과 ‘교통대책’사이에 명확한 연계법령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선교통·후개발’이라는 명확한 연계법령을 마련하자는 것,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 해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 해 국정감사를 전후로 LH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 8년여 동안 미사, 위례, 감일 등 택지개발사업으로 6조2천35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매각대금을 취득했다고 한다. LH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수익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1조 ‘손익금의 처리 기준’에 따라 ①이월손실금의 보전, ②이익준비금 적립, ③사업확장적립금 적립, ④토지은행적립금 적립, ⑤국고에 납입하는 형태로 손익금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개발 이전 예측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반시설·도로교통·주거환경의 문제는 행정적·재정적인 부담으로 모두 지자체와 시민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법이 정한 책임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창립 이후 지난 10년 동안 손에 꼽을만한 LH의 성과는 바로 37조원의 부채절감이다. 이처럼 개발수익의 엄청난 비용을 부채절감과 적립금으로 처리한다면 부동산개발업자와 다른 게 무엇이겠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개발시대, 성장의 양만 추구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국가발전의 척도로 행복지수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10년 전 간과했던 삶의 질, 시민행복 이런 미래의 가치를 새롭게 담아내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되어온 ‘선개발·후대책’에서 도시의 수용한계를 정확이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여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필요한 연계법령을 마련하고 이제 ‘선대책·후개발’의 사업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발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재정적인 책임과 의무도 새롭게 담아내야한다. 개발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처리하고 해당지역 시민들과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 개정도 필요할 것이다. ‘선대책·후개발’이라는 명확한 연계법령을 마련하고, 개발수익의 일정부분을 부담금으로 처리하자는 것,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두 번째 해법이다.

LH의 상위기관으로 국토교통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선개발·후교통, 선개발·후대책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지역 지자체와 시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그 시급성을 인지하고 필요한 지침, 연계법령을 마련해 관련 사업과 개발의 성과를 최적화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성장하는 희망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정책비전도 함께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도시정책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보자. 삶의 질, 행복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미래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보자. 헌법(제25조)이 선언하고 있는 “쾌적한 환경과 생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 국회와 정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서야 할 때다. 개발패러다임에 ‘시민행복’이라는 미래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국회와 정부의 신뢰 그리고 LH의 위상도 회복될 것이다.

끝으로 시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그 시험대에 3기 신도시, 우리 하남 시민들이 기대와 걱정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교산지구’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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