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병덕 - 현)강릉영동대학교 부총장, 전)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국민들께서는 정치에는 “생명이 없고, 감동도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한다. 틀린 말씀이 아니다.

왜 우리 정치에는 생명이 없고 감동이 없을까. ‘정치’를 여전히 ‘통치’와 ‘지배’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바르게 다스리는 학문’의 뜻이 함의된 한자 政治學(정치학)으로 책 제목을 표기해 가르치고 학생들의 사고의 틀, 행동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어쩌면 여전히 통치와 지배의 틀에 붙잡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21세기, 세계의 정치는 더 이상 통치와 지배의 수단이 아니다. 이제 ‘성장의 양’과 함께 ‘성장의 질’을 중시하며, 사람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가꿔온 인권과 평화, 생명과 같은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어렵지 않다. 정치에 기조를 바르게 세우고 그 답을 찾으면 된다. 지배와 통치, 패권중심에서 사람과 행복, 우리중심으로 정치의 버전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답은 정해져있다. 시민이 행복하다.

첫 번째, 우리가 중심이다.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나’중심의 집단이기주의, ‘나’의 민주주의다. 사회에 만연한 나, 나의 가족, 나의 학교, 나의 직장, 나의 고향, 나의 정당 등등, ‘나’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우리’라고 행동하는 나중심의 집단이기주의는 분열과 갈등, 대립을 잉태하며 ‘더불어 성장’을 제한했다.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이제 ‘나’ 아닌 ‘우리’로 화해와 ‘더불어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나의 민주주의’가 아닌 정파,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우리의 민주주의’로 혁신의 토대를 견고히 세우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중심’이란 푯대, 정치기조가 명확히 서있다면 정답은 정해져 있다. 시민이 행복하다.

두 번째, 사람이 중심이다.

권력을 중심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던 정당, 식물국회·폭력국회, 패권을 위한 이전투구의 장이었던 국회, 희망보다는 절망, 화합보다는 분열을 잉태했던 정치, 이렇듯 국민들을 좌절로 내모는 정치는 이제 멈춰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행복하다. 어떻게 가능할까? 사람중심으로 정치의 버전이 바뀌면 가능하다. 그래서 노무현대통령, 문재인대통령도 그들의 정치에 ‘사람 사는 세상’과 ‘사람이 먼저’라는 기조를 세우신 것이 아니겠는가.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중심’이란 푯대, 정치기조가 명확히 서있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시민이 행복하다.

세 번째, 행복이 중심이다.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명시된 국가의 기본질서다. 그렇다. 국가도 정치도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오직 ‘행복’, ‘사람행복’이어야 한다. 때문에 여러 선진국가에서는 ‘GDP’ 대신 ‘행복’을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언급한 ‘사람’중심이라는 기조를 명확히 세우고, ‘우리’가 중심이 되어 경제·교육·과학·복지·교통·노동·통일·외교·국방·문화·여성·환경 등 분야별 정책을 흑백(黑白)의 틀을 넘어 좌우의 논리를 수용하고 ‘시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행복’의 가치로 평가하고 생산하면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중심’이란 푯대, 정치기조만 명확히 서있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시민이 행복하다.

네 번째, 약속은 심장이다.

약속을 생명으로 여기고 지켜내야 한다. 유려한 화술, 지지자들을 이끄는 리더십, 부정부패에 빠지지 않는 청렴성,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성 등 많은 덕목이 필요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헛될 뿐이다. 어쩌면 ‘약속 따로 정치 따로’라는 망국적 정치행태가 작금의 정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약속은 누군가의 희망이다. 그래서 그 희망을 지켜내는 정치인의 약속은 자신의 심장, 생명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행복하다.

정치는 어렵지 않다. 어려워서도 안 된다. 패권·권력에 대한 집착만 내려놓으면 가능하다. 권력을 위임받은 것으로 착각하지말자.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정치만 위임받은 것이다.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심정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사망선고를 받았던 정치, 이제 ‘우리’ 정치에 생명을 담아보자. ‘사람’과 ‘행복’을 담아보자. 사람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며, 시민들의 작은 일상의 소소함마저도 더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소명 앞에 서야할 때다. 정파,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우리’라는 단단한 울타리를 세우고, ‘약속’을 자신의 심장처럼 지키며 ‘사람중심’ ‘시민행복’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나라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내는 정치, 이것이 필자가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정치다.

그래서 우리도 이제 밝은 미래의 문을 열어젖히고, 국민들과 함께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나라’, 시민들과 함께 ‘그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하남’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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