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일본이 결국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두고 일본 내 참의원 선거 전략의 일환이니, 조만간 해결될 문제라는 등 초기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증명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는 정작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두고서 오히려 국민들의 반일 감정만 부추겼을 뿐이다. 이에 더해 집권여당인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만들어 소속의원 전원에게 배포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은 화이트 국가 리스트 제외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기업은 앞으로 닥칠 더 큰 난관을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데 말이다.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일으키고 민생을 돌보아야 할 집권여당은 총선 놀음에만 정신 팔렸으니 도대체 국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지금껏 경제는 내팽겨 치고, 외교는 오직 북한에만 집중하고, 안보는 무장해제했다. 여태껏 보여준 것이라곤 행정부・사법부 장악에 이어 총선 승리를 통한 입법부 장악 시나리오뿐이었다. 오로지 그들의 정권 연장만이 그들의 안중에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의병론, 죽창가,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 정부여당이 지금까지 내온 항일 목소리는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달성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해 기획된 발언으로 국민들을 기만한 처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보고서가 증명해주지 않았는가. 일본의 화이트 국가 배제 조치가 단행된 중차대한 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대낮 음주와 같은 오만함이 말해 주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그들에게 국익이란 단어가 뇌리 속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전세계는 지금 국익을 앞세우며 소리 없는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통해 당선되었다. 2020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대선 슬로건을 일치감치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늘 주장하는 ‘America First’의 가치아래 자국 이익 극대화란 최우선 목표를 위해 모든 행동을 하고 있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일어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두고 보여준 태도이다. 이번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아니기에 북미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언급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안보비용 인상 청구서만 계속해서 독촉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설사 자유무역 질서에 반한다 하더라도 보호무역 조치와 수단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중거리핵전력 조약 탈퇴를 시작으로 중국을 겨냥한 중국과의 안보갈등도 시작했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 패권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일대일로란 신(新) 실크로드 전략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까지 출범시켰다.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경제영토를 중앙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확대할 뿐 아니라 장차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 맞서는 패권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의 국익우선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부터 ‘일본을 다시 찾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재집권했다. 대(大)일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제는 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 합법화를 통해 군사대국으로 다시 발돋움하려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반중 친미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성해 중국에 맞서는 동아시아 지역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야심차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반 동안 국익 우선은커녕 북한 제일주의에 사로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그 바람에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다 망가졌다. 수출은 8개월 연속 역질주하고 있고, 제조업 생산능력지수 또한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재정으로만 만들고 있는 일자리는 더 이상 언급해서 무엇 하겠는가. 규제는 여전하고 반기업 친노조 정책 또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런 와중에 일본을 넘어서겠다고 한다. 부품소재개발의 국산화를 외친다.

지금이라도 한때 식민지 종주국 영국을 넘어선 아일랜드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비록 영토나 인구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일지라도 아일랜드는 구조개혁에 성공했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었던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친노조 굴레도 벗어났다. 그 결과 오늘날 영국을 넘어서는 나라, 구글, 애플 등 전세계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몰려드는 나라가 되었다.

부품소재개발의 국산화, 이제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해야 한다. 추경 통과로 예산을 배정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규제병폐, 진정 규제타파에 나서야 한다. 창업천국으로 오늘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前 정부관료의 ‘정부가 게으르면 창업자들이 바빠진다’는 말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정책기조 전환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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