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3번째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경고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하여 과거 여러 차례 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듯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지극히 민족주의 국민감정에 기댄 발언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별도 관리하면서 그로 인해 경제・문화・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훼손되지 않게 지혜를 모아왔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문재인 정부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올지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 경고음이 울렸던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놀음에 취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를 보였다. 보수우파 진영을 친일 프레임에 가두고자 했고, 반일 국민감정만 앞세우며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그사이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제재와 관련하여 미국에 사전 협조를 구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정설이다. 실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 5, 6월 3개월 연속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통상 G7 회의 이후 열리는 G20 회의도 올해는 앞서서 열렸다. 그것도 일본에서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에 있을 다자외교, G7 회의에는 아시아 국가에서 유일하게 일본만 참석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선진 7개 국가에 일본이 포함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이 회의에 참석대상도 아닐뿐더러 그 동안 전통적으로 구축되어온 한미일 경제안보 공동체조차도 위협을 받고 있다. 그사이 미국이 자국 이익 극대화와 중국 패권 봉쇄를 위해 최우선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우리 자리를 인도가 대신했다, 그리고 일본은 지역패권국이 되기 위해 한걸음씩 소리 없이 전진하고 있다. 이번 G20 회의에서도 한미일 정상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아니라, 미국, 일본, 인도 정상이 한 테이블에 모였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국이 나서서 일본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 미국 바라기 역시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3박 4일 간의 워싱턴 출장을 마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또한 국채보상운동 운운하며 반일감정에 기댄 민족주의만 부추겼을 뿐이다. 미국의 대답은 “한일이 해결할 문제”였다. 정작 미국지지 확보를 위한 외교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안보부담 경감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에 그리고 일대일로 전략을 통한 중국 패권 전략 봉쇄에 일본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마당에 미국이 일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는 연일 항일론으로 항일운동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세계 전략에, 이러한 전략에 편승이든 아니든 일본의 동행 전략에 속수무책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국민이 의병을 일으켜 일본 기업과 싸우라는 것인가?

작금의 국제경제는 Global Value Chain(GVC), 즉 가치사슬로서 생산의 국제 분업 구조를 촘촘히 형성하고 있다. 세계는 하루하루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만 놓고 보더라도 한일 양국이 모두 피해는 본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이 30% 줄 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2.2% 감소하지만, 일본은 0.4% 감소에 그칠 뿐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주장대로 만약 한일 양국이 강대강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우리의 국내총생산은 3.1% 감소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1.8%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핵심 부품소재의 수입다변화 역시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의 원죄는 단연코 문재인 정부에 있다. 그간 필자가 칼럼이나 방송을 통해 경고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중심, 북핵에 매몰된 정상외교의 참혹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정상외교가 경제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별도 회동, 손정의 회장과의 별도 만찬 등 삼성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경제외교가 도리어 주목을 받는 슬픈 현실 속에 우리 기업들은 오늘도 몸부림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정치가 경제 놓아줄 때’라는 일침처럼 경제외교도 아예 민간에 전적으로 맡기는 게 나을지 모른다.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기업의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단순히 일본 내 참의원 선거용이니, 조만간 해결될 문제 운운하는 것은 아마추어 중의 아무추어다. 전략 없는 외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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