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필자가 하남에 거주한지도 어느새 21년 여 세월이 흘렀다.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하남을 이끌어가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아니다. 하남은 우리 시민들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시민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매일 아침 하남의 초등학교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통안전 봉사이다.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들은 매일 아침 어린이들의 등교 안전을 위해 봉사를 한다. 여기에는 각 초등학교에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일 년에 한두 번씩 참여를 한다. 그리고 우리 하남의 어르신들도 함께 한다. 중요한 것은 녹색어머니회 임원 분들과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들은 아이들의 안전 확보와 교통안전 문화 캠페인을 위해 하루도 그르지 않고 묵묵히 봉사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들은 아침 등굣길 뿐 아니라, 하남의 각종 공사현장, 행사장 등 교통 대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곳, 교통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는 현장에는 여지없이 나와서 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광경을 필자가 가끔씩 도보로 이동하며 보고 있노라면 교통경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보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 든든하다.

이 모두는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들, 모범운전자회 소속 회원님들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 봉사와 희생에 대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냥 해야 하는 것이니,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같은 이런 자세로는 교통안전 확보는커녕 그야말로 사고가 나도 벌써 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단코 그렇지 않다. 아침 아이들의 등교를 함께 하며 제복을 입은 우리 녹색어머니회 임원 분들의 얼굴을 한번 보라! 공사 현장 앞에서 경광봉을 들고 호각을 불며 교통 지도를 하는 모범운전자회 회원 분들의 모습을 보라! 정작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위시한 지역의 위정자들이다. 보여주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해 늘 형식적으로 때가 되면 나와서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사진 찍기기 여념이 없지는 않았던가?

두 번째 사례는 반찬 배달 봉사이다. 주로 하남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이뤄지는 반찬 배달 봉사는 정기적으로 봉사단체나 어머니들이 돌아가며 정해진 요일에 봉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반찬 배달을 중국집 배달하듯이 전달만 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봉사자들은 집집마다 직접 찾아가며 손수 반찬 배달을 정성스럽게 한다. 그러면서 그 짧은 찰나에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이 어떠신지,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등 여러 상황들을 세심하게 점검한다. 그리고 만약 긴급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좀 더 밀착해서 돌볼 필요가 있을 경우 복지관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필자는 함께 봉사했던 한 어머니를 보며, 내 부모를 대하듯 진정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함께 살아가는, 보살핌이 필요한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홀로 반문해 보기도 했다.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비단 이 두 사례만으로도 많은 것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헌신적이고 자발적인 봉사가 없었더라면 당장에 수많은 교통경찰관들, 사회복지사들 내지 공무원들이 필요하다. 소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즉 공공서비스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하남은 교통사고는 물론 복지 사각지대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먼저 가겠다고, 내가 먼저 더 많이 받겠다고, 질서 없는 광경과 다툼이 난무할 것이다. 한번 생각을 해보라. 나는 지금껏 살아가며 그런 적이 없었는지?

우리 시민들이 이끌어가는 하남에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길은 간단하다. 앞에서 헌신적으로 자발적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을 넘어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이 반드시 함께 봉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가령 우리 녹색어머니회 임원들,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통질서를 지키는 일, 평상시에도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습관들을 기르는 일, 바로 이런 것들부터 실천하는 것이 함께 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사는 곳에서부터 우리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우리 모두 함께 하남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 살아가기가 각박해진다한들 이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봉사활동이 있는 한,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시민들이 함께 동참하는 한 하남의 미래는 밝으리라 확신한다. “관심은 희망입니다”이라는 어느 분의 카카오톡 대문글이 떠오른다. 이제는 우리 시민들의 관심이 희망을 넘어 하남의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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