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어버이날은 지난 1973년에 지정되어 오늘날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버이날에는 각 가정마다 감사의 뜻으로 카네이션과 선물,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전국의 각종 기념식장에서도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어르신들을 공경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잔치 또는 이벤트를 연다. 하남시 역시 덕풍전통시장 상인회와 하남 민속5일장 상인회 주관으로 어버이날을 맞아 하남시민 경로잔치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로 20회째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역시 하남시에 지난 1998년 이래 거주해 오고 있지만 금년 처음으로 하남시민 경로잔치에 참석해 보았다. 시장 상인들뿐 아니라, 대한적십자사 하남지구협의회 회원들을 비롯한 각종 봉사단체 봉사자들의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정성어린 어르신 접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대가없는 덕풍전통시장 상인들, 하남 민속5일장 상인들의 헌신이었다. 하남시민 경로잔치의 주인공은 단연 어르신이었겠지만, 필자의 마음 속에는 어르신들이 없었어도, 우리 덕풍전통시장과 하남 민속5일장 상인들이 없었어도, 그날의 잔치는 없었으리라는, 그날 그 잔치, 그 자체에 대한 존경심이 진정으로 우러났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같은 상생(相生)의 현장이 또 어디 있으리? 공공부문, 특히 지방정부가 하지 못하는 이처럼 큰 일을, 민간부문, 그것도 비록 시장경제원리라 할지라도 대형마트들에 자신들의 삶의 영역 일부를 빼앗겨온 전통시장 상인들, 이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헌신, 그리고 그 헌신에 고마워 전통시장을 또다시 찾겠다고 다짐하는 우리 어르신들의 약속! 하남시에서 우리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회인들에게 이처럼 큰 교훈의 현장이 어디 있겠는가?

흔히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크게 다섯 가지 이유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 이윤 추구, 둘째, 기업가의 자선 목적, 셋째, 정부 권한에 대한 대항, 넷째, 기업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충족 목적, 다섯째, 기업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시장 상인들이 주관하고 지역의 봉사자들이 함께한 그날의 그 잔치는 이 어느 이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가치는 더욱 숭고하고 위대하다. 이러한 가치가 지난 20여년의 세월과 함께 우리 덕픙전통시장 공간 안에 쌓였기에 아무리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일상 중에도 덕풍전통시장을 방문하면서 나도 모르는 정감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인지 모른다.

상생(相生)은 어느 한쪽의 바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정략적이어서도 안 된다. 상생(相生)은 출발함에 있어 각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同시대에 동일한 공간 내에 함께 살아가면서 같이 성장하고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최근 코스트코의 마이웨이식 개점, 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를 앞세운 일방 우위식의 자세는 결단코 지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감정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 물론 대형마트는 경제적 원리를 앞세워 소비자 효용, 사회 후생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지역 사회 내에서는 경제적으로 그 가치를 책정하기 어려운 사회적 자본도 중요하다.

하남이라는 공간이 없다면 코스트코도 존재할 수 없다. 하남은 코스트코도 전통시장도 소비자도 어르신도 그 외 모두가 함께 존재하고 살아가는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을 함께 만드는 것이 곧 상생(相生)의 출발이다. 그날의 하남시민 경로잔치, 어르신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지난 20여년간 함께 만들어 온 것을 보지 않았는가?

무엇보다도 이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상생(相生) 노력에 우리 모두가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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