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지난달 말 하남시는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고양시가 이미 2016년에 고양시 2030 도시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남시는 하남시 2020 도시기본계획도 2014년도에 발표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기본계획 또는 중장기발전계획은 법정계획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시의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이다. 그 내용 또한 인구, 산업, 사회, 재정 등 사회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 물리적 측면 모두 망라해야 한다. 더욱이 상위계획인 국토종합계획, 광역도시계획과의 상호 연관성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은 바로 하남시 행정의 토대가 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번 시민 공청회에서 발표된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은 그야말로 낙제점 수준이다. 국토종합계획이나 광역도시계획 등 상위계획과의 연관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례로 상위계획들은 물류 산업을 하남시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공간적 측면에서도 하남시를 거점 지역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번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에서는 하남시의 도시공간구조를 설정하고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물류 부문을 종합적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산업으로서 육성시키고자하는 전략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구색맞추기식 단순 물류단지 조성 언급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또한 사통팔달 랜드마크 조성사업을 주장하며 온갖 IC에 휴게소 신설은 다 주장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얘기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난데없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시범조시 추진을 들고 나왔다. 자율주행자동차 실증단지는 적어도 경기도 계획에 따르면 판교 일대에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단 좋은 것은 다 포함시키고 보자는 식의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시범도시를 진정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와 관련한 도로 인프라 조성 계획부터 먼저 논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확충도 함께 논의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 뿐 아니다. 이번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 즉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하남시 관내 대중교통망 체계 강화에 더 집중해야 할 상황에, 지하철 5호선 사업도 마무리 되지 못한 작금의 현실에서 5호선의 양평 방향 연장 주장은 너무 앞서간 얘기다. 이외에도 지적할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예산에 관한 부분이다. 좋다는 것은 모두 다 계획에 포함시키다보니 이 모두를 실현하는 데 무려 16.8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작년한해 하남시의 일반회계 특별회계 전체 예산규모가 4천5백억여원 수준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도대체 이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는 없다. 그야말로 2030 하남시 중장기발전계획이 말 그대로 계획에 머물고,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계획은 실현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욱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법정계획은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단순히 법으로 강제하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의 통과의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당장에 구도심의 시민들은 주차난에 불법주차로 인한 통행난에 시달리고 있다. 나아가 하남시민 전체는 대중교통난에 서울 등으로의 출퇴근 정체난에 힘들어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현가능성이 없다면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발전을 위해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하남시를 위한 전략적 사고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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