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최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속에서 4년제 대졸 이상 9월 고용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약 74.6%를 기록했다. 고졸 이하 학력자들의 고용률 또한 약 52.7%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한 내로남불식 대응은 취업준비생 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분노를 넘어 피눈물을 쏟게 하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은행권과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적폐로 규정, 대대적인 검찰조사에 조기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유독 금번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여권에서 앞장서 야권의 정치공세로 규정, 감사원 감사만을 주장할 뿐인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정권의 기준에 따른 판단이 아닌 객관적 판단에 입각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령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약 8.4%가 공사 재직자의 자녀․형제․배우자 등 6촌 이내의 친인척이 채용되었다. 하지만 공사는 전체 직원수가 1만5천명임을 감안할 때 108명은 많은 것이 아니라는 황당무계한 해명을 내놓았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의 기회를 노리고 이 찬스를 이용해 입사를 하고 버젓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무임승차 했느냐 여부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08명이란 수치는 친인척 재직현황 조사의 전체 응답률 11.2%에서 나온 것이여서 앞으로 그 규모는 실제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더해 한국가스공사, 인천공항공사, 한전 KPS 등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남시는 이보다도 먼저 올 초 오수봉 전 시장과 시의원이 개입된 산불감시원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부정청탁을 받고 합격 대상자를 미리 선정한 후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권교체기에 늘 반복되고 지적되는 보은인사, 코드인사 논쟁은 정권의 철학과 정책기조에 함께하고 이를 실천할 인사를 임명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의 정부 운용 기조에 따라 어느 특정 지지계층을 대변하고 그들이 개입하는, 비록 형식적인 제도적 절차는 거쳤다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이미 공정성을 잃은 인사정책, 고용정책인 것이다. 현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 정책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정부의 친노조 친시민단체 정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남시는 6.4 지방선거를 통해 적어도 여야를 통틀어 시장은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전임시장의 채용비리를 답습할 것인지, 현정부의 공정성을 잃은 특정 지지계층만을 대변하는 인사정책을 펼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표출된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인사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것인지는 새로이 선출된 김상호 시장에게 온전히 주어진 몫이다. 얼마 전 발표한 ‘시민과 함께 만드는 빛나는 하남’이란 시정비전에 걸맞는 인사를 할지 ‘시민의’ ‘시민에 의한’은 아니어도 적어도 ‘시민을 위한’ 인사가 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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