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우정노조 경인지방본부 하남우체국 지부 이용덕 지부장

 지난 7월 6일 안양시 안양우체국 입구에서 안양우체국 소속 집배원 A(47)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이후로 집배원들이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집배원들의 노동현장 민낯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4일 전국우정노조(위원장 김명환)가 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과 부족인력 증원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지면서 이들의 호소는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하남우체국 지부 이용덕 지부장은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변화를 갈망하는 염원을 담아 동료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덕 지부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과로사, 교통사고, 돌연사, 분신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이 12명이다. 하루 1천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평균 15시간을 근무하며 살인적인 노동을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충청권 우체국 4곳의 집배원들의 지난 1년간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집배원들은 법정 근로시간을 제외하고 월 평균 53.5시간에서 많게는 66.4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다.

특히 추석 명절이 있었던 지난해 9월에는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한 곳도 있었다. 이 조사결과가 비단 충청권 우체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남시의 경우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등이 조성되면서 집배원들의 업무량은 폭주의 연속이다.

이용덕 지부장은 “평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집배원들은 이보다 더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고 나면 퇴근시간이 저녁 9시를 넘기기 일쑤다”며 “미사강변도시와 위례신도시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인력부족으로 자기가 맡은 구역에 새로 할당된 구역을 떠안았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 때문에 식사시간을 지키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끼니를 거르는 날이 허다하고 제 때 끼니를 챙긴다 해도 허겁지겁 먹고 일어나 다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집배업무가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보니 몇분 몇초까지 계산하면서 초당 업무분담을 하고 있어 이 또한 과중한 업무를 반증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 탓에 집배원들은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대국민 서비스 업종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면서 지금까지 묵묵히 일 해왔다.

그러나 동료 집배원들이 과중한 업무 탓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보고, 특히 지난 안양우체국 분신 사건 같이 동료가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지금 사지에 내몰린 자신들의 노동 현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용덕 지부장은 “나는 초일동에서 태어나 하남시에서 자랐으며 지난 28년간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노동현실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기에는 열악하고 처참하기 때문에 더 나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한목소리로 우리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남우체국 지부 노조에는 80명의 회원들이 있다. 집배원, 우편원, 계리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58명의 집배원 중 현재 16명이 비정규직이다. 이용덕 지부장은 이들이 모두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를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집배인력 충원, 노동시간 단축, 과로사 방지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쟁하겠다고 했다.

이용덕 지부장은 “우리의 처한 현실에 대해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라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집배원들 모두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대민봉사에 임하고 있다. 집배원들을 만날 때 따듯한 시선, 따듯한 말 한마디가 더욱 힘나게 하니 집배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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